학교용지부담금 운동평가리포트

지나고보니 학교용지부담금 위헌결정후 환급소외자들의 전원환급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지난 3년의 시간이 겨울밤의 긴 꿈만 같습니다. 힘들었던 시간이었지만 한곳을 바라보며 함께 싸워주셨던 많은 분들이 계셨기에 외롭지 않았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우리는 학교용지부담금의 전원환급의 열매가 결코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할것입니다. 한발 나아가 이 소중한 투쟁의 노하우를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더 나은 미래의 모티브로 승화시켜야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운동성과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중요합니다.

조세법률주의가 정착되고, 납세자권리가 신장된 현대에서도 여전히 국가는 세금은 쉽게 걷고 잘못 걷은 세금은 까다롭게 환급해주고 있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이러한 경향은 선진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법제의 운용으로 헌법재판소제도가 있는 독일, 오스트리아등의 선진국에서도 위헌결정시에 이미 걷은 세금을 법정기간내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납세자에게 환급한 사례가 아직 없는 것만 보아도 이러한 국가우월적인 조세제도의 편향성은 현재로서는 일반적이라 할것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이의제기기한을 넘긴 납세자에게도 위헌결정의 혜택(세금을 돌려주는)을 주는 학교용지부담금 특별법쟁취는 가히 세계에 내놓아 자랑할만한 납세자운동사의 새 역사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과거 택지부담금위헌결정때 특별법제정의 시도가 있었으나 불발로 끝났고, 금번 학교용지부담금 특별법의 경우에도 마지막까지 노전대통령의 거부권행사라는 아찔한 고비를 넘겨야했던 것처럼, 국가가 가진 조세운용시스템의 기득권을 뚫고 납세자의 요구를 관철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토록 어려운 결실을 어떻게 이루어낼수 있었던 것일까요?
가장 큰 성공요인은 환급소외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라 할것입니다.학교용지부담금 전원환급운동은 권력이 외면하기 힘들 정도의 폭발적인 민의의 표출과 결집,대항의 지속력을 이루어냄으로써 최상의 결과를 도출해낼수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그 발화점은 납세자의 분노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대중의 분노란 조직화되지 못할 경우, 순간적이고 분산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힘이 일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납세자연맹이 시민단체 1위의 백만인터넷회원을 확보하고 강력한 웹기반 운동수행능력을 확보하고 있었던 것은 전원환급운동을 효율적으로 수행할수 있는 최대의 강점이 되어 주었습니다.

2000년 이후 인터넷이 보편적인 일상의 매개로써 확대되고 대중의 쌍방커뮤니케이션이 자유로워진 지금, 시민운동도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이전의 활동가중심 시민운동이 변화를 주도할 파워와 지속력을 가지기가 힘들었던 것에 비해, 이제 대한민국의 사회운동은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격변기에 있었던 7,80년대처럼 처절하진 않아도 대중의 요구를 효율적으로,전문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시대에 이르렀습니다. 목숨을 걸고 뛰어드는 것보다는 오히려 보다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대중의 요구를 수렴하고 그 의사를 관철할수 있는 전문적인 경로를 찾아내는 것이 이 시대에 맞는 운동형태라 할 것입니다.

바야흐로 시민운동도 전문화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변화의 가속성이 나날이 빨라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국민의 요구는 정치분야보다 경제의 효율성이나 복지측면에서 더욱 기대치가 높아질것이며, 갈수록 똑똑해지고 현명해지는 대중들은 비합리적이거나 비효율적인 제도적 결함을 용인하지 않을것입니다. 대중은 생산력과 성과를 담보해낼수 있는 시민운동가를 원하게 될것이며 대중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시민운동가를 전문가로 인정하게 될것입니다. 한국납세자연맹이 꿈꾸는 비젼이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전문가로 인정받는 시민운동조직,생산력을 인정받는 시민단체,결코 정치적 야망의 도구가 되지않고 언제까지나 납세자의 충직한 대변자로 남아줄 믿을수 있는 시민단체. 그것이 우리가 소망하는 한국납세자연맹의 위상이며 우리는 반드시 그 꿈을 이루어 낼것입니다.

우리가 학교용지부담금 전원환급운동의 결정적 승리에서 얻은 가장 큰 열매는 ‘하면 된다’는 자신감입니다. 전문가들조차 헷갈리는 어려운 세법조문들속에 감춰진 숱한 불합리와 비효율성, 전 국민의 미래를 걸고 도박을 하고 있는 국민연금, 사회적 복지수준의 업그레이드를 가로막는 예산낭비. 이 모든 숙제를 연맹혼자 떠안고 가겠다하면 교만이겠으나 우리는 끊임없는 문제제기와 의사행동을 통하여 긍정적인 사회변화를 주도하는데 성실한 노력을 다할것입니다.
마땅히 해야할 일을 자신 있게 추진할 때 대한민국납세자가 우리의 편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끝까지 믿어주시고 함께해주신 대한민국 납세자님들께 큰 절로 감사를 드리며 언제까지나 우리의 신념에 신실한 동반자가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김선택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