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용지부담금 운동평가리포트

한국납세자연맹 운영위원 이 경환변호사  

[학교용지부담금 이자소송 승소 전과정]
1차 환급때는 받지못한 이자를 전원환급자들께 돌려받게 하기까지 과정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2005년 3월 학교용지부담금 위헌결정 이후, 각 지자체들이 부담금을 환급해주면서 이자를 주지 않음에 따라, 2006년 2월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이자부지급의 부당성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하였습니다.
우리는 납세자가 국세나 지방세를 늦게 내면 연 10.95%의 가산세를 징수하고, 세금환급시 연 3.65%의 이자를 지급하게 돼 있는 반면, 부담금의 경우는 납부기일을 하루만 넘겨도 연 5%의 가산금을 물리면서 환급시 이자는 전혀 주지않는 데 따른 관련 법제의 부당성을 지적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와 지자체에서는 “학교용지부담금의 경우 법규정이 없어 민법상 부당이득 법리에 따라 계산해야한다”며 환급이자 지급 불가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연맹은 “과오납 환부이자를 지급하고 있는 국세·지방세와 학교용지부담금의 형평을 맞춰야 한다는게 국민의 법감정”이라 지적하고 “납세자권리보장을 위해서는 부담금 환급규정의 입법(명문)화가 시급하다”고 일관되게 대응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납세자들이 승소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한 운동에 적극 동참해주셨습니다.
그 결과, 소송을 제기한지 10개월만인 2006년 12월 첫 승소판결을 얻어냈으며 이에 서울시가 불복하고 항소를 제기함에 따라 이자 문제는 ‘2라운드’로 접어들었습니다.
이듬해인 2007년 7월 항소심에서도 ‘마땅히 납부일로부터 환급이자를 지급하여야한다’며 다시한번 납세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어 2008년 1월 드디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판결이 남에 따라 환급이자를 받기까지 3년간의 여정이 값진 열매를 거두게 되었고 2차환급자들은 이자까지 환급받게 된것입니다.

“내가 너에게 돈을 빌려 줄땐 너는 나에게 이자를 지급해야하고 네가 빌려준 돈에 대해서 나는 이자를 주지 않겠다” 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이상하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사회에서 왕따 될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간의 거래에서는 말도 안되는 이런 이야기가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하는 국가와 개인의 관계에 강요되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은 참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똑똑(?)한 사람들이 만들고, 힘 있는 사람들이 운용하는 법인지라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그 불합리성에 대해 지적하거나 항거하는 것이 참 어려웠던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입니다. 하지만 법이란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닙니다. 그 시대 그 사회를 지배하는 평범한 생각을 명문화하여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그러기에 잘못된 기준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문제제기할 수 있어야 하고 사회적인 공론이 모아진다면 적절히 수정되어야 합니다. 평범한 개인의 삶을 일시에 유린하고 망가뜨릴수 있는 세법의 경우에는 더욱 변화의 능동성이 절실합니다. 하지만 세금을 걷고 쓰는 주체인 국가권력은 어느 시대든 일정정도는 납세자에게 고압적인 기준을 강요하기 마련입니다. 여기에 납세자운동의 중요성이 있습니다. 스스로 합리적인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는 권력의 속성이라면, 대중이 끊임없이 합리적이고 공평한 기준을 요구하고 자극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학교용지부담금의 존재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기어이 ‘위헌판결’로 불합리성을 인정받아 그 존재가치를 무산시킨 학교용지부담금 위헌판결은 불합리한 세법에 대항한 납세자운동의 자랑스런 권리장전이며, 더 나아가 전원환급을 성사시킨 특별법또한 세계적으로 선례가 없는 대단한 사건입니다. 거기에 또하나 납세자가 세금을 연체할때는 꼬박꼬박 연체료를 계상하면서 잘못걷은 세금을 돌려줄때 이자한푼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불평등한 기준에 맞서 한국납세자연맹이 제기한 학교용지부담금 이자소송이 승소한것은 대한민국납세자권리차원에서 대단한 의미를 지니는 중요한 전과입니다.

세금을 돌려받는 납세자들 입장에서는 못 받을 줄 알았던 부당한 세금을 돌려받아 좋고, 이자까지 받게 된 것은 덤인 것 같아 더 기쁠 것입니다. 하지만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이지 모든 부분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둔 학교용지부담금불복운동의 결과는 지금 당장의 기쁨보다 더 큰 가치로 평가됩니다. 법리적으로 볼 때 하나의 가치로운 선례가 그 사회의 법적기준을 진보시키는데 미치는 영향은 가히 엄청난 것이기 때문입니다.

적당히 이름 붙여 법하나 만들면 필요한 재정을 언제든 충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권력에게 앞으로는 그러한 무책임한 입법과정이 언제든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고 불합리한 기준을 남용하면 납세자의 저항이 따른다는 경고를 준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납세자가 지금 누리고 있는 이 기쁨이 결코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그 가치는 이 당장의 환급기쁨에만 있지 않음을 알아야할 것입니다. 그래야 앞으로 진보적인 대한민국납세자운동의 미래가 더욱 밝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자까지 환급받게 되신 것을 축하드리며, 향후에도 한국납세자연맹에 대한 납세자님들의 적극적인 믿음을 실어주셔서 더욱 가치로운 역사를 창조할 수 있는 힘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이자를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1차 환급자들에 대한 이자 또한 판례에 근거해 해당 자치단체장 직권으로 빠른 시일내에 환급해줄 것을 이 기회를 빌어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