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납세자의 2019년 1월 급여명세서에는 한 가지 공제 항목이 생겼다. 이 항목의 공식 명칭은 ’공공서비스요금’ 카테고리의 라디오․텔레비전 서비스 요금 (radio- och tv-avgiften)이다.
◈ 기존 ‘요금’과 새로운 ‘세금’의 차이
기존에는 라디오와 TV수신기를 보유한 가구에 해당된 요금이었지만 2019년 1월부터는 고지서를 별도로 받지 않고 납세자 개인의 세금으로 납부하게 된 것이다.
이전 요금은 한 가구당 성인 두 명이면 소득에 상관 없이 연간 최소 2600크로나(약 34만원)를 내야 했다. 하지만 새로운 세금은 기존의 가구당 요금이 아니라 개인 소득별 세금으로 책정되었다.
납세자의 연간 수입이 13만 4724크로나(약 1751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과세 소득의 1%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1347크로나(약 18만원)를 라디오․텔레비전 서비스 요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1크로나 = 130원으로 환산)
과세 소득은 ‘기본공제 후(Efter grundavdraget)’의 소득을 의미한다. 월급, 연금, 질병 보조비 등 경제활동과 관련된 수입이 이에 해당되며 자본소득은 포함되지 않는다. 개인 납세자가 아닌 회사에는 부과되지 않는다.
사진설명/스웨덴 국세청이 각 가구마다 일괄적으로 발송한 라디오․텔레비전 수신료 안내문
급여에서 공제되는 새로운 세금 도입에 대한 스웨덴 시민들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았다.
뫼스테라스 지역의 민영 보험회사 심사부에 근무하는 리지(46세)씨는 “완전히 처음 도입된 세금은 아니다. 이미 스웨덴에서 수신료의 명목으로 요금을 내고 있었고, 이번에는 급여에서 자동적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우리 집처럼 18세 이상의 자녀가 두 명이나 있는 경우는 개인별로 세금을 내야 하기에 심적으로 부담스러운 면은 있다”며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2019년 1월 1일 이후로 도입된 라디오, 텔레비전 요금의 소득별, 납세자별 계산 방식은 다음과 같다.
예컨대, A씨가 2018년 10월 기준으로 18세가 되고. 고등학생이지만 연간 2만크로나(약 260만원) 의 수입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기본 공제를 제외한 A씨의 순소득은 300크로나(약 3만9천원)이다. 그러므로 A가 세금으로 내야 할 라디오 텔레비전 서비스 요금은 3크로나(약 390원)이다.
연간 12만크로나(약 1560만원)의 연금을 받는 B씨의 경우 월 1만 크로나(약 130만원)가 연금 수입으로 간주된다. 연간 금액에서 6만9300크로나(약 900만원)을 기본공제하면 과세대상 소득은 5만 700크로나(약 659만원)이다. 이 금액을 기준으로 연간 507크로나(약 6만6천원)가 라디오․텔레비전 서비스 요금으로 원천징수된 후 연금이 지급된다.
65세로 소득이 있는 근로자 C씨는 월 수입이 3만크로나(약 390만원)로 연간 수입은 36만크로나(약 4680만원)이다. 여기에서 기본공제 금액인 1만 4300크로나(약 186만원)를 제외하면 순 소득은 34만 5700크로나(약 4494만원)이다. 하지만 연 소득이 13만 4724크로나(약 175만원)를 초과하기 때문에 C씨가 납부하는 라디오․텔레비전 서비스 요금은 1347크로나(약 18만원)가 된다. (출처: 스웨덴행정부: www.regeringen.se)
◈투명한 운영을 통한 스웨덴 사회의 공공성 증대
2019년 1월 이후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스웨덴 납세자의 반대 여론이나 목소리는 크지 않다. 비록 새로운 세금이 신설되었지만, 국가 기관인 공영방송 재정 지원을 통한 공공성 강화와 투명한 운영방식에 대한 믿음, 납세자의 참여가 강조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서비스 요금이 2018년 11월 8일 스웨덴 의회(Riskdag)에서 최종 통과되기 전부터 스웨덴 국세청(Skatteverket)은 “요금으로 거둬진 세수는 특별공공서비스로 분류해 국가부채사무소(Riksgäldskontoret)에서 관리한다”고 여러 차례 공지를 통해 밝혔다.
일반 국가 재정과는 별도로 분류해 관리해 공공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특히 스웨덴 공영방송사인 스웨덴 라디오(SR), 스웨덴 텔레비전(SVT), 스웨덴 교육 라디오(UR)의 재정 독립을 지켜주겠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공영방송사의 공공성을 증대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존의 요금의 경우, 납세자들이 텔레비전 라디오 수신기 미보유자로 거짓신고하는 일이 많았지만 신설된 서비스 요금은 소득에 따른 공평한 세금부과로 기존 요금제의 문제점을 개선했다는 평가다.
캡쳐/스웨덴 라디오, 스웨덴 국영 텔레비전, 스웨덴 교육 라디오
스웨덴 칼마(Kalmar) 주의 주정부에서 전화 상담 업무를 하는 마깃타씨는 인터뷰에서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도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공익을 위해 사용할 것이 분명하기에 거부감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톡홀름 에릭슨 사에 근무하는 요한(59)씨는 “스웨덴에서 세금은 증가하는데 정말로 공공성 강화에 도움이 될 것 같냐”는 질문에 대해 “아무런 영향도 없을 것이다.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미 스웨덴 사회는 세금과 공공성의 강한 상관 관계가 있었다. 이미 잘 운영되고 있던 요금제가 세금을 낼 능력이 있는 납세자 한 명에게 약간의 책임을 더 지우는 세금으로 바뀌었다는 점 외에는 실상 납세자들이 크게 체감할 만큼 다른 점이 없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30년간 통역사로 근무하고 은퇴하여 스톡홀름에 거주하는 바브로(64)씨도 “오히려 독신 은퇴 가구에는 부담이 줄었고 투명하게 관리하며 사회 공익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찬성한다”며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어떤 형태의 요금이나 세금이든 부담은 되지만 이유만 명확하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스웨덴 국민들의 생각인 셈이다. 국세청이 국민의 큰 조세 저항없이 세금을 징수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내는 세금이 ‘공공 서비스’에 사용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한 납세자와의 소통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스웨덴 국민의 자발적인 세금 준수는 높게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스톡홀름 KTA국제납세자권리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