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납세자연맹 성명서]
헌법재판소는 공관 직원 현황 등 비공개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
(2022. 7. 13)
한국납세자연맹은 지난 6월 두 차례에 걸쳐 헌법재판소를 상대로 △헌법재판소장 공관 유지를 위해 지난 10년간 지출한 연도별 예산책정 금액과 집행내역 △공관의 집기비품 목록 △전속요리사 및 관리인 포함한 공관에 근무하는 직원의 직급, 인건비내역, 예산집행내역 등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몇일 후 헌법재판소는 답변을 통해 공관에 들어간 비용, 즉 세금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총 6억9100만원, 연평균 1억3800만원이 지출되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비용에는 공관 상주 인력의 인건비는 제외되었다. 공무원 한 명 고용하는 데엔 급여뿐 아니라 사회보험료, 복리후생비와 공무원연금 비용이 들어간다. 공관 유지에 가장 큰돈이 들어가는 게 인건비인데 이를 비공개한 것이다.
헌재가 비공개사유로 든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는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ㆍ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관 근무자 이름을 공개하라는 것도 아니고, 단지 그 인원와 직종·연봉을 공개하는 것이 무슨 공정한 업무수행을 현저히 저해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한국 공무원은 ‘수사중’ ‘감사중’ ‘검토중’이라는 이유를 대며 언제든 비공개를 결정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공개해야 할 정보’를 완전히 감출 수 있다. 심지어 소송에 패소하더라도 공개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방식으로 공개의 실익을 아예 없앨 수 있다. 한마디로 국내 정보공개법은 ‘정보 비공개 핑계법’이다.
많은 사람이 한국은 경제 선진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드문 나라라고 자랑스러워 한다. 국민이 직접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고 쿠데타 가능성이 없는 걸 민주화라고 한다면 한국은 민주화를 이룬 나라가 맞다. 그러나 국민의 납세 의무와 더불어 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권리가 보장된 나라가 진정 민주화된 국가라고 한다면 한국은 아직 요원하다.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국민이 투명하게 알아야 세금 낭비도 자연스럽게 줄일 수 있다.
가령 헌재 공관에 대한 총비용이 공개되면 어떤 사람은 “헌재 소장의 출퇴근 편이를 위해 공관이 필요하다”말하고 또 어떤 이는 ”고위 공직자들의 공관은 봉건국가의 잔재로 공익을 위해 사용해야 할 세금을 사적으로 세금을 쓰는 것으로 부적절하다“고 반응하는 등 정보 공개를 통해 국민들은 표현의 자유를, 언론은 언론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투명한 정보공개는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 정부신뢰의 밑바탕이 되어 민주주의 근간을 더욱 내실있게 다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대법원 판결문조차 일부는 비공개다. 만약 부패와 관련한 어떤 사건이 판결까지 내려져도 국민은 알 수가 없다. 고위 공직자들은 여전히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는데 그것은 국민이 이들에게 무슨 특권이 있는지조차 잘 모르기 때문이다.
헌재소장 공관이 딱 그렇지 않은가. 분명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국민은 그 관사를 유지하는 데 세금이 얼마나 쓰이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경비원이 몇 명 있는지, 전속요리사가 있는지, 있다면 누구 식사를 준비하는지, 그들의 연봉이 얼마인지를 모른다.
영수증 증빙이 필요 없는 특수활동비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고위 공직자들에게 사실상 세금횡령면책특권을 인정하는 거라는 비판이 나온다. 만약 청와대나 검찰의 특활비가 공개된다면 무려 연 2471억원에 이르는 17개 부처 특활비 폐지의 기폭제가 될 거다. 납세자연맹이 최근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 특활비 집행내용에 관한 정보공개를 청구한 이유다.
헌법재판소 소장에게 요청드린다. 지금은 국민이 납세의무만 지고 아무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조선시대가 아니다. 특권의식을 버리고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 즉각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실도 특활비와 업무추진비 등을 공개해 부패를 막고 국민과 소통을 넓히겠다는 대선 때의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 출근길 기자 문답보다 정보공개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알 권리는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헌법재판소와 현 정부는 투명성과 개방성이 부정과 특권을 차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임을 명심해 주길 간곡히 바란다.
2022년 7월 13일
한국납세자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