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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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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01/02/23 15: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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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86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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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복청구서를 작성하기 전에 회비를 납부토록 해놓았던 기존 정책은 철회됐습니다.
누구나 무료로 불복청구서를 작성할 수 있으며, 회비와 관련해서는 참가자 개인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금액 및 납부여부를 결정하면 됩니다.
이미 납부한 분의 경우 회비납부 취소 연락을 주시면 환급토록 하겠습니다.
혼선을 빚어서 죄송합니다.
납세자연맹이 이같은 정책상의 혼선을 빚게 된 저간의 사정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불복 청구 운동을 개시하기에 앞서 적지 않은 고민을 해야했습니다.
불복 청구 운동에 참가하는 시민들에게 회비를 걷어야 하는가 하는 것이 핵심적 문제였습니다. 기존의 방식이라면 시민운동 단체가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대리싸움을 해주고 시민들은 거기에 대해 박수를 쳐주고 하는 것이면 족했지요.
그러나 저희의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희생과 봉사정신으로 무장한 시민단체와 시민단체의 활동에 일방적 시혜를 입는 수동적 시민, 이같은 구도가 깨지지 않고는 우리나라 시민운동의 발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단적인 예가 시민단체 재정자립의 문제입니다.
얼마 전 불거졌던 한 시민단체의 후원금 (공기업 등으로부터 받은) 문제는 한 단체의 도덕성과 관련된 문제라기보다는 시민단체 전반의 물적/인적 인프라가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주는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없고, 또 회원이 있다 하더라도 회비를 내는 회원이 없고, 상황이 이렇게 지속된다면, 시민단체는 어떻게 운영될 수 있을까요. 갈수록 전문화되는 사회적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민단체도 그에 상응하는 다양한 물적/인적 투자를 해야할텐데 여기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요?
흔히들 비판하는 명망가 위주의 운동, 상징적 운동, 언론플레이 위주의 운동 등은 다 이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고심끝에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우리의 활동에 동의한다면 그에 따른 일정한 책임과 대가를 지불하라'고 얘기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불복청구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2000원의 회비를 납부하고 회원에 가입하도록 장치를 해 놓았습니다.
물론, 사전에 이렇게 충고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2000원의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면, 또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동참시켜야 하는 운동의 성격을 감안한다면 이번에는 회원 가입이나 회비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것이 어떠냐고 말입니다.
그러나 저희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심한 말로 해서, 권리와 의무를 회피하는 익명의 대중 100만명보다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질 줄 아는 시민 1만명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소중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NGO 운동을 한층 성숙시키는 지름길이자 현재 시민단체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도 유익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우리와 또 우리와 함께 이번 불복 청구 운동에 동참하는 시민 모두가, 한국 NGO 운동의 새지평을 개척하는 씨앗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여러 한계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희가 '회비 납부' 원칙을 고집했던 나름의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불복청구 운동이 본격적으로 개시된 후 여러 시민들의 반응을 보면서 저희는, 저희의 이같은 생각과 현실간의 간극이 생각보다 훨씬 넓고 깊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됐습니다.
또한 이같은 간극을 메우기 위한 저희 나름의 배려와 노력이 지나치게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전 교감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회비납부를 해야지만 불복청구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을 보고 시민 여러분들이 가졌을 적지 않은 당혹감을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저희의 당초 의도야 어쨌건, 저희의 서투른 방식이 결과적으로는 저희와 시민 여러분들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대신 괜한 오해와 의구심을 낳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것이 저희가 회비납부 정책을 철회하게 된 이유입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이번 일을 통해 시민 여러분들께 많은 것을 배웠고, 또 배우고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 한국납세자연맹이 시민 여러분과 함께 대한민국 납세자의 주권을 되찾기 위한 운동을 해나가는 데 있어 귀중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번 일이 시민 여러분들에게도 한국사회, 한국사회에서의 시민운동, 시민운동의 발전방향, 재정자립의 문제 등등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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