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납세자연맹

학교용지부담금 폐지운동을 이끈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이 운동에 대한 최초 국민적 인지도는 매우 낮았으며, 언론보도 또한 제한적이라서 처음엔 많은 애를 먹었다고 밝혔다.

재정적 어려움 또한 매우 컸지만 ‘잘못한 연말정산 다시하기 운동’에서 십시일반 모은 후원금이 큰 버팀목이 됐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김회장은 특히 이번 학교용지부담금의 위헌결정은 조세와 다르게 헌법적 근거가 미약한 특별부담금의 근본적 문제를 제기한 점에서 무엇보다 큰 의의를 뒀다.

그는 “부담자와 재원의 객관적 근접성, 부담자의 집단적 책임성 2가지가 충족돼야 부과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헌재의 결정”이라며 “앞으로 기존의 재정충당적인 부담금은 물론 추가적인 부담금 신설 때도 이같은 제한논리가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깨어있는 납세의식’의 중요성도 거듭 지적했다. 공공기관으로부터 부당한 행정처분을 받은 납세자가 적법한 절차로 이의를 제기해야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데, 이런 중요한 법 상식이 잘 알려지지 않는 세태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김회장은 특히 부담금 환급을 직권취소로 결정, 신청부터 개시까지 생기는 이자가 사실상 지급되지 않고 있는 점과 관련해 국세나 지방세 등과의 형평성 문제를 법적으로 따져볼 방침이다. 아울러 90일 이내 감사원 심사청구 또는 180일 이내 행정심판을 하지 못해 환급을 못 받게 된 다수 납세자들의 권익을 위해 관련 소송도 함께 준비 중이다.

이번 학교용지부담금 폐지운동의 결실이 내포한 성과와 과제가 곧 연맹의 비전과 직결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회장은 “운동을 주도하면서 한국사회에서 재정민주주의에 대한 철학적 빈곤을 뿌리깊이 경험했다”며 “납세자의 주인의식과 권리의식을 한 축으로, 다른 한축은 재정민주주의 확립을 위한 지식인들의 탐구와 열망을 이끌어 내는 것이 연맹의 향후 비전이자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김회장은 최근 환급자 전원이 해당되는 학교용지부담금 환급이자 문제를 비 롯, 28만여 명에 이르는 환급 소외자 구제를 위해 그간의 후원금을 톡톡 털어 널찍한 사무실도 얻고 상근인력을 크게 보강했다. 이번 계기가 세금과 특별부담금을 아우르는 대한민국 조세와 재정 문제에 있어서 ‘납세자 주권’과 국가권력의 본원적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새로운 하나의 분수령이 되리라는 확신에, 이른 바 ‘올인(All in)’을 한 셈.

한편으로 걱정도 많은 김회장이다. 대부분의 회원들이 연맹을 통한 연말정산 다시하기를 통해 적은 금액을 환급받아도 꼬박 10%의 후원금을 내왔지만, 그것 만으로 이번 운동의 최종적인 마무리를 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 김회장은 그러 면서도 “학교용지부담금을 환급받은 분들을 믿는다”며 “5%의 후원금을 보내주신다면, 제2~제3의 학교용지부담금 폐지 신화를 이어가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연일 계속되는 야근에도 불구하고 삼복 더위도 잊은 채, 독립문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건너편 종로 교북동의 훨씬 널찍해진 사무실에서 김 회장과 만나, 학교용지부담금 폐지운동의 결실과 비전을 들어봤다.

▲ 천신만고 끝에 학교용지부담금 폐지를 이뤘다. 운동을 이끌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뭐였는가.

△ 홍보가 쉽지 않았다. 6차례 이 상보도자료를 내어, 부담금 불복운동에 많은 사람이 동참해서 다수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무엇보다 홍보에 공을 들였다. 그런데 보도가 잘 안됐다. 일부 방송사는 취재하고도, 보도를 내 보내지 않았다.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야 하는 언론 입장을 이해하지만 뉴스 가치와 보도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본다. 좀 보도가 많이 됐다면 환급 혜택을 받는 사람들의 6배가 넘는 28만여 명의 환급 소외자 숫자도 크게 줄어들 수 있었으리라 본다.

다행히 우리 연맹의 인터넷 회원, 아파트 신규입주자들의 인터넷 까페 회원 등의 역동적인 활동으로, 위헌결정전 3만 5000명 정도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 감사원심사청구와 행정심판, 수 차례의 무료 소송 등등 물심양면으로 어려웠을 것도 같은데.

△ 내부적으로 보면, 재정적인 어려움이 컸던 게 사실이다. 그나마 연말정산 환급자들의 후원이 10%가 있어, 큰 도움이 됐다.

연말정산으로 근로소득세를 환급받은 회원 대부분(95%)이 10%를 후원금으 로 납부한다. 이것이 연맹 기관차의 주된 연료가 돼 온 게 사실이다.

▲ 비록 합헌결정이 났지만, 지난 2000년부터 연맹이 주도했던 자동차세 불복운동과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되는데.

△ 2001년 전국에서 무려 100만 명 이상의 납세자가 대거 참여한 자동차세 불복운동의 경우, 최종적으로 위헌결정이 나지 않아 세금환급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 납세자운동의 대장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진정한 대한민국 납세자운동의 정착을 알리는 주된 계기가 된 운동이었다. 국가가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조세불복제도를 연맹이 앞장서서 알리고 납세자권리장전에 큰 기여를 한 일대 전환점이 됐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납세자가 자신이 낸 세금이 잘못낸 것임을 알아차렸을 경우, 합법적으로 그것을 돌려받을 수 있는 적극적 권리구제에 나서게 된 것이다.

▲ 그렇다면 이번 학교용지부담금 폐지 운동의 의의는 구체적으로 뭐라고 봐야 하는가.

△부담금이 무려 102가지다. 국가예산통제는 매우 느슨하고, 국민부담을 날로 증가하고 있다. 부담금은, 조세와 다르게, 헌법적 근거가 없다. 납세자연맹의 설립취지 중 가장 중요한 하나가 국민의 전체적인 세금 증가를 막는 것이다.

부담금 개혁·폐지운동 차원에서 이번 운동이 처음 진행됐다. 헌법불합치 판정 정도가 아니고 단순위헌결정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 입장에서도 무절제하게 집행되는 부담금문제에 제동을 걸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부담금 증가를 억제할 수 있는 획기적 계기가 되리라 본다. 공공기관 공무원은 물론 국민들 또한, 이에 대한 문제 의식이 낮았다. 평등권 침해가 다반사인 부담금의 경우, 제한적으로 부과돼야 하는데, 무절제하게 이뤄진다. 이 부분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미약했다는 얘기다.

헌재의 이번 결정에서는 부담금의 헌법적인 제한근거를 명확하게 했다. 객관적 근접성과 집단적 책임성 이 2가지가 총족 돼야 부과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재정충당적 부담금의 경우 특히 새로 부담금을 신설할 때 제한논리와 근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 90일, 또는 18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못한 사람들은 왜 환급을 못 받는가.

△88년부터 발효된 헌법재판소법에 형벌을 제외하고는 소급적용이 안된다고 돼 있다. 그러나 대법판례는 “소송 당사자나 소송계류자들의 경우, 혜택을 못 보게 되면 소송의 실익이 없는 부당함이 있다”고 했다. 따라서 원고는 위헌 결정 결과 환급 가능하다. 학교용지부담금 환급소외자 문제는 이같은 헌법재판소법과 대법원 판례의 영향 하에 있다.

▲ 국가가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인정되면 쟁송기간을 지나서 이의신청 한 사람도 환급받을 수 있지 않은가?

△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고지서 발부가 잘못된 것도 부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부당함이 ‘중대하고 명백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소위 ‘중대명백주의’라고 한다. 위헌결정 전에는 대법원이 명백하다고 보지 않으므로 부당이득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행정·국가우월적인 판례가 아닐 수 없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새판결로 바뀌어야 한다. 여성도 종중의 일원으로 봐야한다는 최근 판례와도 일맥상통한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 세금 이의신청 기간은 90일로 법에 명시돼 있다. 고지서에 기간이 명시안 된 경우는 예외적으로 180일이다. 너무 짧다. 걷을 땐 5~10년의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하면서, 돌려줄 땐 고작 3개월이다. 이를 당연시 하는 풍토부터 근본적으로 문제제기 해야 할 것으로 본다. 국가와 납세자간 형평성 문제가 심각하다. 시효제도 자체가 필요하긴 하지만, 너무 형평에 어긋난다. 구체적으로는 180일~1년 정도로 이의신청 기한이 연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구체적인 운동 일정이 계획돼 있는지.

△ 구체적인 부당이득반환의 소송, 헌법재판소법 개정, 행정심판법 개정, 관련 세법 개정 등 향후 실천계획으로 구체화 시킬 예정이다. 이의신청 기간을 ‘현행 90일 이내’에서 큰폭으로 늘리는 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전면 인정하도록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해야 한다. 지금 생각하면, 현행 판례상 아주 쉽지 않은 일이고 공상적인 얘기인 듯 보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해결돼야 할 문제다. 국가가 국민의 재산을 잘못 걷어간 부분에 대해선 반드시 돌려줘야 한다. 개인 사이의 부당이득에 대해선 10년까지 돌려주도록 하고 있는데, 국가와 납세자간에서는 형평에 어긋난다.

국가가 너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이 아닌가. 불합리한 부분이 해결돼야 한다. 위헌결정시 소급효력도 최소 5년간의 납부자까지 적용돼야 한다.

▲ 국가재정의 법적 안정성을 반론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 세금의 경우 수십조를 내줘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그런 문제(재정에 부담)가 생긴다면 헌법불합치 판정하면 된다. 국가는 신뢰성 차원에서 판단해야 한다. 납세자들의 경우, 이제는 무조건 이의신청 하고 보자는 심리가 만연될 가능성이 있다. 행정낭비와 행정의 신뢰성, 법적 신뢰성 모두가 위협받는다.

형벌은 소급이 인정되지만, 형벌과 세금이 차별돼야 할 이유가 있는가. 없다고 본다. 이런 방향으로 가면 향후 점차 행정의 투명도가 높아지면, 장기적으로 실보다 득이 많다. 납세의식을 높이고, 입법부의 세심한 입법심사 노력 등이 예상된다.

▲ 환급소외자의 손배소도 검토중?

△ 이의신청 기간안내 등은 행정심판법과 행정절차법상 강행규정인데, 지자 체들이 안내를 안하거나 잘못해서 환급 소외자가 발생했다. 강행규정임에도 이 에 대한 처벌규정도 없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세법에서만 통용되는 ‘이의신청’이라는 용어를 써서 잘못 안내했다. 부담금은 ‘행정심판’이라고 해야 옳다.

가장 큰 쟁점은 인과관계다. 환급소외자의 손해발생이 헌법재판소법상 위헌결정의 소급효불인정(기한 내 이의신청자에게만 환급) 때문인가, 아니면 이의신청안내 미흡 때문인가의 문제 말이다.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야 한다. 일부 손해는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의신청 관련 조항을 포함, 부담금 대부분은 입법미비다. 일부 승소 가능성이 있다.

▲ 이번 환급소외자들의 경우, 180일. 이후에 이의신청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는가?

△ 공무원들이 행정심판법을 어겼고, 부담금에 대한 인식이 낮은 점을 감안,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