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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여 년 동안의 한국은 가히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 시대라고 할 만큼, 그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면서 정부 정책과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들 NGO들은 정부, 시장, 그리고 기업에 대한 감시 및 비판과 사회적 현안에 대한 대안 제시는 물론, 환경, 교육, 경제정의, 부정부패 문제와 관련된 사회개혁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들이 그 설립 취지와는 달리 사회를 바른 길로 인도하기는커녕 오히려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혼란은 무엇보다도 잘못된 사상과 지식으로부터 연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시장을 완전경쟁시장으로 정의함으로써 시장은 언제나 실패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시장보다 더 우월한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지식과, 인위적인 장벽이 아닌 효율성에 근거한 경제력 집중도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으로 인식하는 지식 등이 대표적으로 잘못된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지식에 바탕을 두고 정치적 목소리를 높임으로써 사회 혼란을 가중시키는 일부 시민단체들의 활동은 이제 우려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특히 기업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NGO들이 그러한 범주에 속한다.

NGO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증가하고 그로 인한 혼란도 증가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 사회의 많은 NGO들이 처음의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지, 2004년이 저물어 가는 현 시점에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초심(初心)과 만절(晩節)의 일치성과 활동의 지적 수준은 물론 그 정체를 밝혀 NGO 활동에 대해서도 엄정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한 평가의 일환으로 이 글에서는 설립 6년째를 맞이하는 ‘한국납세자연맹’의 활동 상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납세자연맹이란
‘한국납세자연맹’은 1999년 11월 1일 광화문 세안빌딩에서 발기인 대회를 갖고 설립되었다. 2001년 1월에 창립총회를 가졌고 같은 해 2월에 ‘2001년 하반기 부당한 자동차세 불복운동 전개’ 기자회견을 필두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들은 과도한 세금과 세금의 비효율적 사용에 대한 감시를 연맹의 설립 이유로 천명하고, 세금과 관련된 지식이 부족한 일반 납세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여 세제 개선을 위한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연맹의 활동 내용
‘한국납세자연맹’의 활동은 크게 ‘납세자 권리 찾기 운동’과 ‘세제 개선 운동’의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납세자 권리 찾기 운동'은 조세당국과 일반 납세자간에 존재하는 비대칭적 정보(asymmetric information) 해소를 위한 것으로서 일반 납세자들이 절세(節稅)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기 쉽게 알려주는 운동이다. 연맹에서 2001년 5월부터 6월까지 실시한 ‘건강보험료 감액조정 운동’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인데, 홈페이지를 통해 보험료 감액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와 방안을 소개하고 의료보험료 계산법 등을 소개하여 실제 소득보다 부당하게 높은 보험료가 책정되었을 경우 적법한 절차를 통해 환급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다.

다른 사례로는, 2001년 5월부터 실시되고 있는 ‘근로 소득세 환급운동’인데, 이는 근로 소득자의 경우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를 받지 못한 경우에, 매년 5월에 종합소득세 확정신고를 통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그 작성방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운동이다. 이 외에도, 2002년 6월부터 실시되고 있는 ‘암 등 중병환자 소득세 환급운동’에서는 암이나 백혈병, 중풍 등 위중한 병의 치료와 요양을 위해 지출한 의료비는 한도 없이 소득공제가 되고, 환자의 나이에 관계없이 기본공제가 되며 또한 ‘장애인 추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그 방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교통 분담금 환급운동(2002. 02. ～ 현재)’, ‘자영업자 소득세 환급운동(2003. 05 ～ 현재)’, ‘휴면예금 찾아주기 운동(2003. 08 ～ 현재)’, ‘학교용지 부담금 불복운동(2003. 10 ～ 현재)’, 등을 통해 납세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납세자 권리 찾기 운동’이 납세자와 조세당국 간의 비대칭적 정보 해소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면, ‘세제 개선 운동’은 잘못된 조세제도 개선이라는 더 적극적인 사회운동의 성격을 갖고 있다. 연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3분의 1정도의 사회보장혜택을 받으면서도 조세부담률은 최고 15%나 더 높은 우리 조세제도의 현실과, 자주국방,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농업보조금, 공적자금 상환, 연기금 적자 보전,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한 재정지원 등 재정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앞으로의 상황을 고려할 때 비효율적인 조세제도의 개혁이 불가피함을 강조하고 있다. ‘세제 개선 운동’을 통해 ‘토지 재산세 미제출 가산세 폐지운동’, ‘부당한 취득가산세 개정운동’, ‘재산세 부과기준 개선운동’, ‘떼인 연말정산 환급금 받아주기 운동’, ‘교통분담금 환급기간 연장운동’, ‘주민세환급 신청절차 폐지운동’, ‘국민연금 폐지운동’ 등의 여러 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괄목할만한 것은 현재 연맹이 주력하고 있는 ‘국민연금 폐지운동’이다. 연맹은 국민연금이 현재 의사결정권이 없는 어린이들이나 다음 세대의 후손들에게 그 짐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제도라 규정하고 그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연맹은 ① 국민연금의 해결주체는 국민이다, ② 대안의 논의는 연금제도 유지여부를 떠나 백지상태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③ 인구노령화에 대비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④ 이상적인 사회복지제도는 우리 사회의 음지를 돌아보는 것이어야 한다, ⑤ 세대간 불평등구조를 초래할 수 있는 복지제도여서는 안 된다, ⑥ 부과와 징수는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등의 열 가지의 대안 원칙을 제시하며 그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평가
NGO는 그 말이 의미하는 것처럼 정부 권력을 감시하고 사회 현안에 대한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사회개혁을 목적으로 하는 자발적 시민단체이다. 그런 만큼 정부 및 관련 조직과 NGO 간에는 상당한 정도 긴장 관계가 유지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러한 긴장 관계가 건전하게 지속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활동에 소요되는 자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정부나 관련 조직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활동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이들 조직에 의존하면서 본래의 설립 취지에 맞는 활동을 전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요즈음 정부의 이념적 외곽단체 또는 시녀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몇몇 시민단체들은, 물론 이념적으로 그 궤를 함께 하는 점도 있지만, 바로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납세자연맹’의 활동은 독립적이며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납세자 권리 찾기 운동’은 납세자와 조세당국간에 존재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여주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 조세당국에 비해 납세자인 일반 국민이 조세 정보의 비교열위에 있는 이유로서는 첫째, 조세제도의 전문성과 복잡성, 둘째 시간을 비롯한 자원을 더 많이 투입하면 개인 스스로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해소하는 일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소요 비용에 비해 얻는 이득이 별것 아니라는 판단에서 각 개인이 별다른 유인을 가지기 어려운 점 등을 들 수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일반 국민들이 세금 공제 절차를 알지 못해 공제 받지 못하거나 잘못 납부한 세금 액수는 상당하다. 따라서 일반 국민들이 낮은 비용으로 납세 관련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준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납세자 권리 찾기 운동’은 바로 이러한 간극을 메워주는 운동이다.

경제학에서는 비대칭적 정보가 존재하는 경우 더 많은 정보를 소유하는 주체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즉,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주체가 자신과의 거래 상대가 거래 상품에 대해 정보를 적게 가지고 있음을 파악하고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높이려고 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일반 상품을 생산하는 사기업의 경우에는 도덕적 해이로 인한 사회 전체의 효율성 감소 효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기업이 더 적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소비자를 이용해 일시적으로 상품의 질을 낮추어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이는 그 기업의 평판과 상표 이미지를 나쁘게 하여 종국적으로 시장에서 퇴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세당국은 일반기업과는 달리 시장에서 경쟁의 압력에 노출되어 있는 집단이 아니다. 정부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로 인한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하더라도 시장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고, 결국 세금의 과다징수와 비효율적 사용 가능성을 크게 만들어 사회 전체의 효율성을 악화시킨다. ‘납세자 권리 찾기 운동’은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완화시켜 줌으로써 납세당국이 시장 압력에 노출되지 않고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세금의 과다 징수와 비효율적 사용을 억제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다음으로 ‘세제 개선 운동’은 비효율적 조세제도의 개혁을 위한 운동으로 전개되고 있다. 위에서 열거한 바와 같이 ‘토지 재산세 미제출 가산세 폐지운동’, ‘부당한 취득가산세 개정운동’, ‘재산세 부과기준 개선운동’, ‘떼인 연말정산 환급금 받아주기 운동’, ‘교통 분담금 환급기간 연장운동’, ‘주민세환급 신청절차 폐지운동’, ‘국민연금 폐지운동’ 등의 활동이 세제 개선 운동에 속하는 것들이다. 특히, ‘국민연금 폐지운동’은 연맹의 설립 취지를 넘어서는 운동이라고 여겨지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국민연금은 개인의 선택할 자유를 보장하지 않고 그 보험료를 강제로 징수한다는 점에서 연맹의 운동 영역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정치적으로 설계된 국민연금의 지속성 여부가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의도하는 소득재분배 효과를 달성하는 것도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것만으로도 운동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 폐지 문제와 관련해서는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무엇보다도 연금제도에 관한 이론 무장이 취약한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연맹은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목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등에 산재해 있는 복지 요소는 현재 시행 중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흡수하여 이를 다시 설계하고, 이들 연금이나 보험 등은 그 본래의 목적에 맞춰 지속 가능하게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현행 국민연금을 폐지하고 민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연맹이 펼치고 있는 ‘국민연금 폐지운동’에는 그런 이론적인 근거가 취약하고, 국민연금과 관련하여 언론에 보도된 전문가의 칼럼을 참고하고 있는 정도이다. 아래에서는 향후 연맹의 운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조세율의 문제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행의 누진세제가 조세 정의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조세 정의가 의미하는 것부터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소득이 많은 사람이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 만일 그렇다면 누진적으로 더 많이 내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있어야 한다. 누진세가 아닌 단일세(flat tax)를 주장한다면 연맹의 활동 방향에 어긋나는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세금을 더 내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하여 더 큰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도 고찰해 보아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사람들이 부의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하고 오히려 죄인 취급을 당하고 있지나 않은지, 만일 그렇다면 그 원인과 이를 바로 잡을 시민단체로서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숙고해보기 바란다.

둘째, 지방자치제(지자제)를 위한 국세와 지방세의 조정 문제도 연맹이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특히 현 정부가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재산세 인상과 종합부동산세 등이 의도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며, 설령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이 의미 있는 일인지도 논리적으로 검토해 보아야 한다. 지방세인 재산세를 인상하든 국세로 도입 예정인 종합부동산세가 신설되든, 주택 가격은 떨어지지만 세금 부담으로 인해 실질적인 주거비용에는 변화가 없다면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부유세’의 성격을 지닌 종합부동산세의 도입이 현 정부의 정체성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논의해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지자제의 성공 열쇠는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과세 자율권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자체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재산세를 인상하고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는 것이 지자제의 취지에 걸맞은 일인지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검토해보아야 한다.

셋째, 결국 연맹의 종국적인 운동 방향은 자유시장경제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그에 따른 국민총생산 대비 정부예산 규모를 검토함으로써 작은 정부 구현에 힘을 보태는 일이라고 여겨진다. 그 길만이 우리 사회를 부강하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맺음말
21세기는 NGO의 시대라는 말처럼 우리 사회에도 많은 NGO들이 결성되어 활동하고 있지만, 그 본질에서 벗어난 활동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도 상당 수 눈에 띤다. 초심을 잃고 시민단체 자체, 또는 그러한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개인들의 이익을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납세자연맹의 활동은 우리 사회의 NGO가 해야 할 일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연맹은 일부 NGO가 본래의 설립 취지로부터 이탈하여 사실상 정부의 외곽 단체나 시녀로 전락한 것과는 달리,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 미비한 점이 있지만, 그 설립 취지에 충실한 활동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다. 오히려 관료 체계의 특성상 시장에 노출되어 있는 사기업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비효율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 NGO들은 바로 그런 비효율적 요소를 지니고 있을 수밖에 없는 정부를 감시함은 물론, 사회 현안에 대한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사회개혁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비판과 견제는 특정 이익 집단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어야 하며, 그 목적은 궁극적으로 작은 정부의 구현에 의해 달성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김영용(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yykim@chonnam.chon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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