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정말요? 호호호.... 그래서요?”
소개팅에서 만난 그녀와의 시간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즐거워져 가고 있었는데...
“참... 그런데, 실례지만, 무슨 일 하세요?”
“네... 시민단체에서 일해요...”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녀의 안색은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 그녀를 다시 볼 수 없었다. 그나마 이 정도는 다행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시민단체에 대해서 비교적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니까...
2년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소개를 받아 나간 자리의 또 다른 그녀는 다행히도 나와 관심사나 생각이 유독 잘 통했고, 덕분에 내가 한국납세자연맹에서 하고 있는 일도 관심있게 들어주었다.
내게 환하게 웃으며 ‘참 괜찮은 분’이라고 말해준 그녀와의 두 번째 데이트... 나는 이번엔 잘 될 것같은 즐거운 상상을 하며 만났으나, 왠지 그녀의 표정은 지난번처럼 밝지가 않다. 먼저 소주나 한잔 하자던 그녀가 던진 한 마디...
“제 친구가 납세자연맹 회원인데요... 메일을 받아보는데 ‘연맹 사정이 너무 어려워서 사무실 임대료도 못낸다’고 도와달라고 하던데...”
 난 순간 당황스러웠다. 100만명의 연맹 회원을 이런식으로 알게 되는 경우도 가끔 있기도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이런 상황에서 불쑥 듣게 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친절하게 그리고 더욱 열심히 그녀에게 연맹의 운동과 후원에 대해서 설명했지만, “정말 좋은 분이신 것 같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긴 그녀를 그 이후로는 더 이상 만날 수 없었다.
20대 후반 이직 준비중에 우연히 잠시 하게된 자원봉사로 한국납세자연맹이라는 시민단체와 인연을 맺었는데, 어느덧 간사가 되어 일하게 된 지 5년째다. 그 새 내 나이 서른을 훌쩍 넘겼다. 친구들은 대부분이 일반기업에서 적잖은 연봉을 받으면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알콩달콩 잘도 산다.
지방에서 서울까지 남부럽지 않게 대학까지 보내주신 부모님께서는 감사하게도 크게 내색은 안하시지만, 아직도 공무원 시험 이야기를 간혹 꺼내시기도 한다. 주변에 결혼소식이 들리면 어김없이 그날은 안부전화를 걸어 오신다. 얼마전 둘째를 낳은 여동생 외손주 재롱에 즐거워 하시는 아버님도 친손주는 언제 볼 수 있을지 걱정하신다.
서른을 넘기고 세상살이가 결코 쉽지 않음을 몸소 느끼게 되면서 사실, 몇 번이나 이직을 결심했었다. 나도 번듯한 직장에, 남부럽지 않은 월급에, 가끔은 멋진 레스토랑에서 데이트도 하고 장가도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찌되었든 한국사회에서 남자로서 가정을 꾸리고 가장이 되어 자식을 키우면서 누구나 바라는 평범한 -절대 부유함이 아닌- 가정생활을 생각해 본다. 그러나, 시민운동가로서는 이같은 바람을 실현할 수 있을지 선뜻 확신이 서지 않는다.
 하지만, 장가도 못간 채, 아직까지 내가 한국납세자연맹이라는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이유는 딱 한가지...
바로... 학교용지부담금을 비롯한 납세자권리찾기운동을 해오면서 수많은 납세자분들로부터 보고 들어왔던 억울함과 눈물, 그리고 함께 울며 두 손 꼭 잡고 했던 '약속' 때문이다.
“환급받아서 부당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제가 꼭 도와 드리겠습니다!!”
나도 장가가고 싶다!!
비록 잘 생기진 않았지만, 편안한 외모와 무난한 성격, 남들과 견줘 특별히 돈 있는 집안 아들이 아닌 점과 시민운동가라는 점 말고는 여염 사내와 다를 바 없는 나. 내가 이런 바람을 가지는 것은 정녕 사치일까?
우리 연맹 회원들께서 이 글을 읽고, “참한 아가씨 있는데 소개시켜드릴까요?”고 제안하신다면 너무 감사하고 뛸 듯이 기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납세자를 위해, 시민을 위해 고생하는 고마운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괜찮은 노총각이 “저는 시민운동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당당하게 소개했을 때, “정말 멋진 일을 하시는군요”라고 대답해 주는 여인들이, 그리고 미래의 장인·장모님들이 많아지길 간절히 바래본다.
<한국납세자연맹 최성준 정책기획팀장>
 댓글[8] |
| hoon7812 [2009-04-03 16: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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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좋은 분 만나시길 바랍니다. 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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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kim0216 [2009-04-03 16: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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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간사님을 배필로 하심이 어떨런지요? 같이 시민운동하면 궁합 척척 일꺼 같아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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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lee [2009-04-03 17:5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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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맹이 어려워도 다른 시민단체보다는 실사구시 하는 단체라서, 회원들이 후원을 좀 많이 하면 최성준씨 같은 사람 장가 가는데 지장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인 생각으로, 요즘 여자들 사람 자체보다 배경이나 돈만 중요시 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습니다.(저 남자입니다)
제가 보기엔 안 그런 여자도 많은 거 같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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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mple0550 [2009-04-07 10: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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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사진이 현재와 많이 다르시네요 하하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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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jinsea [2009-04-08 12: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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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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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ueen902 [2009-04-09 14: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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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 아무나 가는거 맞습니다!!! 간사님도 조만간 그 아무나 대열에 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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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o2269 [2009-04-15 22: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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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해 보이시네요 딸 있으면 사위 삼고 싶당~~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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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wel25 [2010-05-25 10:4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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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훌륭한분들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날이 곧오리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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