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된 국민연금은 어떻게 작동될 것인가?
워싱턴 D.C.에 소재한 케이토 연구소는 국민연금의 민영화 방안에 대해 오래도록 연구해왔다. 그리고 국민연금 개혁방안에 대해 미국 내 가장 탁월한 경제학자들과 함께 구체적인 제도운영방안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그 자세한 내용은 케이토 연구소의 웹 사이트(www.cato.org)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곳에는 유용한 계산기도 설치돼 있다. 이 계산기를 통해 누구든 은퇴 후 연금수령액을 계산할 수 있다. 이에는 현행 국민연금제도가 그대로 유지됐을 경우와 민영화된 체제에서 가능한 연금수령액이 나란히 계산돼 나오도록 돼 있다.
민영화 된 국민연금제도의 기본적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슈퍼IRA'접근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까 국민연금세금 납부액이 정부예산이라는 블랙홀로 빨려들어가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현행 체제와 달리, 민영화된 연금제도하에서는 각 근로자들이 개인은퇴계정(PRA : Personal Retirement Account)에 갹출금을 넣어놓게 된다. 여기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현행 IRA와 마찬가지로, 근로자들은 자신의 PRA에 적립된 돈을 누구에게 맡겨 운용하게 할 것인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
다양한 401(k) 제도(역주 : 봉급생활자들을 위한 면세 연금저축)처럼, 근로자들은 여러 다양한 투자운용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보수적 운영체제로부터 공격적인 체제까지 다양하게 규정된 메뉴에서 고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근로자들은 자신의 계좌가 얼마나 많은 수익을 내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운용보고서를 받아볼 수 있다. 국민연금은 이렇게 해서 시스템 전체가 완전경쟁체제하에서 움직이는 여러 민간기업들에 의해 관리되는 셈이 된다. 그리고 근로자들은 정기적으로 주어지는 시점에서 자신의 개인은퇴계정을 다른 회사로 운영처를 옮길 수도 있다. 이런 까닭에 민간기업들 입장에서 개개의 근로자는 소중한 고객이 된다. 다시 말해 국민연금의 민영화는 국민들을 얼굴 없는 정부의 독점 속에 감금된 포로의 신분에서 해방시켜주는 것일 뿐만 아니라, 고객을 왕으로 모시는 경쟁체제 속에서 당당히 제 몫을 되찾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한마디로 국민 개개인이 주인이 되는 연금제도다.
물론 근로자들에게 국민연금의 민영화가 매력적인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신이 낸 갹출금에 대해 이것이 가장 많은 투자수익을 돌려주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20세 여성이 하나 있는데, 이 사람의 연봉이 2만4천 달러, 향후 급여는 물가인상률에 더하여 매년 2%씩 커지게 돼 있다고 하자. 케이토 연구소의 계산에 의하면 이 여자가 65세가 되는 45년 후 국민연금으로부터 받게 될 연금액은 연간 약 1만9천 달러다. 물론 국민연금제도가 그때까지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말이다.
그런데 만약 이 여자가 같은 연금납부액을 국민연금에 내지 않고 연간 실질 투자수익률이 5%인 주식형 개인연금계좌에 낸다면 이 여자가 은퇴할 시점의 기금총액은 56만 달러가 된다. 그리고 이 여자는 은퇴시점부터 죽을 때까지 평생 매년 5만 달러를 타 쓸 수 있다. 이는 국민연금이 제공하는 것의 2.5배가 훨씬 넘는다. 그나마 이 계산은 현행 국민연금이 더 이상 연금혜택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상 불가능한 가정을 기반으로 도출된 것이다.
범세계적 혁명 : 미국만 뒤쳐질 것인가?
민영화된 국민연금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될 수 있을지 사람들은 상상할 필요가 없다. 이미 그런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1년 5월 1일 민영화로 전격 전환된 칠레의 국민연금제도는 그 이후 대단히 성공적으로 운영돼오고 있다. 칠레 국민연금의 민영체제를 설계하고 관련 개혁을 실행에 옮긴 사람은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경제학자로서, 당시 노동 및 국민연금부 장관이었던 호세 피네라(Jose Pinera)다. 그에 따르면 칠레 국민연금이 민영화된 이후 지금까지 연평균 실질 투자 수익률이 12%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처음 민영화를 단행했을 당시 예상했던 연간 투자수익률, 4%를 무려 3배나 초과달성한 성과다.
칠레의 국민연금이 민영화된 이후 지난 17년간 다른 중요한 보완조치들이 아울러 가해지면서 홍수처럼 불어난 투자자금은 개개인은 물론 국가경제 전체에도 큰 보탬이 됐다. 실업률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생산성은 가파르게 상승했으며, 저축률은 GDP의 5%이상으로 치솟았고, 경제성장률은 종전의 2배 수준으로 뛰어 지난 15년간 평균 7%의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피에라에 의하면 가장 힘들었던 작업은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전환기 관리였다고 한다. 그의 팀은 3가지 간단한 법칙을 정했다. (1) “네 할머니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 이는 이미 은퇴한 사람들에겐 불이익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2) “근로자들에게 열린 선택의 기회를 주라.” 이는 기존 시스템에 그대로 남든 아니면 새로운 제도를 택하든 그것은 근로자의 자율적 선택권에 달린 것임을 의미했다. (3) “네 손자에게 바가지를 씌우지 말라.” 이는 젊은 신규 가입자에게 세금형 운용방식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이들은 또한 추가적인 세금인상 없이도 기존 국민연금의 부족자금을 조달하는 책임성 있는 방법을 개발해 냈다.
칠레의 새 국민연금 체제는 근로자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었다. 새 제도와 옛날 제도를 마음대로 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처음에는 가입자의 4분의 1 정도만이 새 제도를 선택했다. 그러나 지금은 93%의 근로자들이 새 제도에 들어 있다.
칠레 모델은 벌써 많은 다른 남미 국가들 사이에서 모방돼 쓰이고 있다. 또한 아직도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칠레 모델을 면밀히 연구하고 있다. 중국은 벌써 이 칠레 모델의 일부를 채택해 시행하고 있다. 즉 중국 근로자들은 총연금 갹출금 가운데 절반은 전통적인 정부 국영 시스템에 내고, 다른 절반은 개인투자 시스템에 불입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연금제도는 또한 영국과 호주에서 채택돼 시행되고 있다. 세계 각지의 많은 나라들이 갈수록 미국식의 국민연금제도를 버리고 개인 소유의 민간 운영체제로 이전해 감에 따라 미국만이 혼자 뒤에 외톨이로 남게 돼가고 있다.
피네라가 역설적으로 관측했듯이, “비스마르크가 1883년 세금형 국민연금을 처음 만들어냈을 때 그는 자신의 이 제도를 서방세계의 대부분 국가들이 채택하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이 제도가 한 세기 후 모든 국가에서 모조리 부도 위기로 치닫게 될 줄은 더더욱 상상 못했을 것입니다. 세금식 연금제도의 불합리성은 프란츠 카프카의 역설과 맞먹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일했던 프란츠 카프카가 그토록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의 일이 창의적 영감의 원천이 돼주었음에 틀림없는 일이니 말입니다.” 피네라의 이 논평은 한 가지 흥미로운 의문을 제기한다. 얼마나 더 오랫동안 워싱턴의 정치가와 관료들은 19세기 프러시아를 위해 고안됐던 이 낡아빠지고 온통 금이 쩍쩍 가서 언제 붕괴될지 모를 국민연금체제를 끌고 갈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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