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titled Document
|
 |
조세개혁운동 > 세금오남용뉴스 |
 |
|
|
|
제목 : [혈세낭비 현장] 김포매립지/처리안 못정해 빚만 늘어
|
|
|
|
번호 : 글쓴이
: 관리자 조회:
11756 날짜: 2001/12/16
|
|
|
한해 벼수확 20억, 이자는 600억…개발-보전 부처간 다툼
기업들의 방만한 투자와 정부·채권은행단의 안이한 대응이 막대한 국민혈세(血稅)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정부 부처간 의견 충돌 때문에 정책결정이 늦어지면서 세금 낭비액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정부의 정책결정 실패로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현장 두 곳을 점검했다.
지난 12일 오전 11시, 인천국제공항 영종대교가 바라보이는 곳에 위치한 김포 매립지. 자그마한 하천 좌우에 펼쳐져 있는 매립농지의 작물들은 노랗게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벼농사를 짓는 논이 군데군데 있지만, 대부분은 사료작물(수댄 그래스)을 키우는 밭이다. 아예 아무런 작물도 없이 벌건 흙이 드러나 있는 밭도 많다. 매립지 주변은 화력발전소, 분뇨처리시설, 쓰레기매립장, 정유저장시설, 주물공단 등이 둘러싸고 있다.
도랑길을 따라 한참 걸어들어가자 좌우로 널리 펼쳐진 밭에는 막 자라오르는 쑥색의 수댄 그래스와 말라 죽어가는 노란색 수댄 그래스가 교차되면서 얼룩무늬를 이루었다.
농업기반공사 김포관리단 최동환 토지이용계획부장은 “바다를 매립한 땅이라 염분이 많아 사료작물들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며 “20~30㎝ 가량 자라다가는 노랗게 변하면서 죽어 버린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에서 승용차로 40분 거리에 위치한 인천광역시 서구의 김포 매립지가 ‘불모의 땅’으로 방치되어 있다. 여의도의 5배(487만평)에 달하는 이 땅은 동아건설이 지난 78년부터 12년간 갯벌과 바다를 메워 만든 농토. 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동아건설이 자금사정 악화로 부도위기에 직면하자, 농림부 산하 농업기반공사가 99년 8월 평당 17만원씩 모두 6355억원에 매입해 관리해오고 있다.
농업기반공사는 당시 채권을 발행하거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필요 자금을 조달했다. 이후 농업기반공사는 논·밭에 벼와 사료작물을 심어 수확을 올려보려고 애를 쓰고 있으나, 농업용수가 부족하고 염분이 많아 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실정이다. 지난해에는 벼 19억원어치를 수확했고, 올해 예상수확량은 벼 2000t(26억원)에 불과하다.
문제는 20억원대의 연간 수확을 올리기 위해 농업기반공사가 매년 600억원씩의 이자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99년 8월 매입 이후 2년반 동안 지불한 이자비용은 모두 1500억여원에 달한다. 이자는 또 금융기관의 빚을 얻어 갚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정부의 빚이 점점 늘어가는 셈이다.
사태가 점점 악화되는데도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부처와 이해단체간의 의견이 엇갈려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김포 매립지는 농지로만 쓰도록 용도가 제한되어 있다. 농림부는 김포 매립지의 개발계획 마련이 늦어져 농업기반공사의 자금부담이 증가하자 99년 말 국토연구원에 개발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용역을 의뢰했다. 이에 따라 국토개발연구원은 지난해 7월 매립지의 52%를 농지로 보전하고, 나머지 48%를 관광·물류·주거·첨단연구단지 등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토개발연구원의 개발안을 놓고 관련부처들이 갑론을박하는 사이에 1년의 세월이 허송됐고, 이자부담은 늘어만 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 열린 경제장관간담회에서 김포 매립지 개발방안을 공식 논의했다. 하지만 정부부처간 의견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고, 타협점을 찾을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재정경제부나 건설교통부는 국토개발의 효율성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국토연구원의 방안보다 농지 비율을 더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국토개발연구원의 개발 방안은 부처간 이견을 조정하기 위한 타협의 산물에 불과하다”며 “전체 매립지의 절반을 농지로 남겨서 어디에 쓰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재경부는 인천국제공항이 가까운 지리적 입지를 이용, 골프장·호텔 등 대규모 레저단지나 공항·항만을 잇는 물류단지, 외국인 전용 보세단지 등으로 개발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환경부와 환경단체들은 자연환경 보호 차원에서 매립지 전부를 농지로 보전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11월 말 열린 경제장관간담회에서 이같은 입장을 전달하면서 개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표시했다. 환경운동연합 김혜정 활동처장은 “정부가 농지로 쓰기로 하고 국민세금을 들여 매입해 놓고 3년도 안돼 말을 바꾸며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정책을 펼 경우 고귀한 천연자원들이 모두 훼손되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각종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인천시는 또다른 이유에서 김포 매립지 개발에 유보적이다. 인천시는 현재 김포 매립지 주변의 송도 매립지 535만평에 첨단정보산업과 국제금융시설,주거단지 등을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통조건이 송도보다 좋은 김포 매립지마저 개발하면 중복투자가 되고, 송도 개발 효과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부처와 이해단체들의 이 같은 의견 다툼 속에서 김포 매립지 처리방안은 마냥 표류하는 상태다. 이 때문에 농업기반공사 김포관리단은 농지로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리고도 할 수 없이 ‘농지개량작업’만 하고 있다.
KDI(한국개발연구원) 남일총 연구위원은 “국민들의 세금이 매년 수백억원씩 낭비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포매립지 일지
▲78년 8월~91년 1월:동아건설이 인천광역시 원창동 일대 바다와 갯벌 487만평을 매립.
▲99년 8월:동아건설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농림부 산하 농업기반공사가 6355억원에 매입. 매입대금은 금융기관 차입이나 채권을 발행해 조달. 연간 이자부담 600억원.
▲2000년 7월:국토개발연구원이 김포매립지의 52%를 농지로 보전하고 48%를 도시용지로 개발하자는 방안을 마련해 농림부에 보고.
▲2000년 7월~2001년 10월:농림부, 국토개발연구원의 개발방안에 대해 관계기관 의견수렴. 관계부처간 이견으로 합의점 찾지 못함.
▲2001년 11월:경제장관간담회에서 김포매립지 개발방안 논의. 경제장관들은 농림부가 보고한 국토개발연구원 방안이 부적절하다고 판단, 건교부가 중심이 되어 새로운 개발안을 마련하기로 의견조율.
<기획취재팀> /팀장= 강효상 경제과학부 차장대우 hskang@chosun.com
/조중식기자 jscho2@chosun.com
/선우정기자 jsunwoo@chosun.com
조선일보
|
|
|
|
|
|
|
|
|
|
|
|
| |
|
후원참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