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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국고 지원 연구비는 교수들 뒷돈?

번호 :18 글쓴이 : 관리자 조회: 11964 날짜: 2004/02/10

소문으로만 돌던 국고 지원 대학 연구비의 유용이 사실로 드러났다.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이 연세대 독문과에 대한 감사를 벌인 뒤 밝힌 것을 보면 전체 학진 연구비의 10%가 넘는 1억2500여만원을 이 학과 교수들이 연구 목적 외에 나눠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건설회사가 비자금을 마련할 때 흔히 쓰는 수법까지 써서 연구원과 보조원에게 줘야 할 인건비를 가로채거나, 가짜 영수증을 끊고 비용을 부풀리는 등 범법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 부산의 한 대학에 이어 이른바 명문대학에서까지 버젓이 연구비 관련 범법행위가 일어난 것을 보면 대학의 연구비 유용 사례가 전국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이 아닌지 의심케 한다.
국가가 연간 22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의 연구비를 대학에 지원하는 것은 연구자의 생계 걱정을 덜어줘 오로지 학문 연구에 몰두케 함으로써 나라의 학문적 수준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키워가자는 것 아니겠는가. 산학협동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인문학 연구자들의 고된 연구 생활 지원은 그런 점에서 매우 값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돈이 정작 연구자들에게는 가지 않고 엉뚱하게 고액 연봉자인 전임 교수들의 뒷돈으로 쓰여졌다니 이는 또 얼마나 뒤틀린 현실인가.

학진은 이번 조사에서 막연하게 유용액이 얼마인지만 밝혔을 뿐, 어느 교수가 어떤 수법으로 누구의 연구비를 유용했는지 밝히지 않아 의혹을 키우고 있다. 문제 교수들이 ‘사과문’을 냈다지만 정작 행위의 위법성을 인정한 대목은 찾아볼 수 없다. 이처럼 국고 지원 연구비에 대한 관리와 감사, 해당 교수들의 도덕성 등 모든 것이 부실투성이니 대학에서 국가 연구지원비 횡령 또는 유용 사건이 끊이질 않는 것이다. 학진과 연세대는 사건 전모를 밝히고 관련자들을 사법 당국에 고발해야 할 것이다. 국고 유용사례인 만큼 감사원도 특별 감사에 나서야 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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