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23일 전남 구례경찰서 수사계 사무실에서 구례군청 산림과장은 지리산 자연보존지구 변경 도면과 변경통지 공문을 필자에게 보여주며 용도지구 변경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서울 공덕동의 국립공원관리공단 자연보전부에 전화로 문의했다.
“2000년 이후 지리산 자연보존지구 구역 변동이 있었는가?”라고. 이에 대한 답변은 “없다”였다. 그래서 필자는 다시 환경부 자연공원과에 전화했더니 “2000년 11월 자연보존지구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필자가 구례경찰서에 들른 이유는 ‘지리산 남부관리소가 만복대 자연보존지구 내 고로쇠 수액채취를 알면서도 협의해준 것은 불법이다’라고 국립공원시민연대가 고발했기 때문이다. 지리산 남부관리소는 협의만 해주기 때문에 책임은 허가권한이 있는 구례군청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투의 밀실행정과 책임회피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오랜 관행이다. 국립공원은 1967년 지리산부터 지정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80년대까지만 해도 국민들은 ‘국립공원 종합 마스터플랜’ 내용을 몰랐다.
그러다 차차 대규모 유원지화 계획이라는 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공원의 유원지화에 대해 공단은 이렇게 변명해왔다. “건설부나 내무부, 환경부의 권한이지 우리는 위탁 받아서 관리만 하고 있어요. 권한이 없는데 우리가 어떡해요?”라고.
국립공원이 지정되면서 국립공원 안에서는 대규모 개발이 이루어졌고, 공원계획의 정보를 미리 알아챘던가, 아니면 땅을 구입해놓고 개발구역으로 유치했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밀실행정이 책임회피 도와
국립공원계획에 따라 국립공원 입구나 공원 깊은 곳마저 먹거리 떠들거리 흔들거리 유흥지로 변했으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러자 국립공원이 먹거리냐는 국민들의 비난이 일었고, 유흥지로 탐방객들을 유치해 놓은 공단은 대규모 훼손과 오염을 덮어둔 채 책임회피 방법으로 국립공원의 훼손 주범은 쓰레기와 등산로 훼손이라고 둘러댔다.
등산객들을 쓰레기 버리는 비도덕자로 규정했으며 등산로 훼손 주범으로 몬 것이다. 지리산 만복대 불법 고로쇠 채취 책임을 구례군청에 떠넘기려고 했듯이, 훼손에 대한 책임을 등산객들에게 몰아부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공단은 훼손의 주범인 종주산행과 정상등산을 억제시키고, 대신 등산로 입구에서 기다렸다가 일정 인원이 채워지면 관리소 직원을 좇아다니며 안내와 해설을 듣는 생태·역사 탐방으로 탐방방식을 바꾸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공원 입구에 마련한 탐방안내소의 전시물들이 생태 안내 위주의 1회 관람성 전시물이 대부분이란 사실도 공단의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다. 야생화와 갯벌여행이 유행하자 유행에 쫓아 정책을 변환시키고 있는 것이다.
즉 100년 대계라야 할 국립공원 정책이 10년 대계도 못되고 관광유흥지화 정책에서 쓰레기줍기 정책을 내세우더니, 등산로 훼손 방지방안으로 등산 억제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그 대안으로 야생화를 관찰하라며 사회에서 번지는 유행을 국립공원에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지리산 화엄사 입구의 탐방안내소에 들러보았다. 경관 사진과 동식물 사진, 그리고 밀렵한 동물 박제품들과 비디오 몇 편이 준비되어 있었다. 막대한 예산을 들였는데도 평일이어서인지 관람객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탐방안내소가 설치된 곳은 지리산 남부 화엄사, 내장산 내장사, 주왕산 상의동, 계룡산 동학사, 북한산 정릉 5개소이며, 공사 중인 곳이 지리산 중산리와 뱀사골, 설악산 설악동 3개소다. 이들 8개소 건축비는 230억8천만 원이다.
공단 발표에 의하면 운영중인 5개소의 이용률은 2002년도 17.5%, 2001년도 28.6%, 2002년도 21.0%이다. 실제로 이렇게 많은 인원이 안내소를 찾고 있는지도 의문이며, 또한 입산객과 하산객을 고려한다면 이 수치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또한 탐방안내소에 들른 탐방객들이 전시물을 어느 정도 가치있게 보았느냐도 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한 번 정도는 호기심으로 둘러보지만 다시 찾을 가치를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건물만 크게 지어놓았지 내용의 빈약함 때문에 이용객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원인은 어디 있는 것일까? 그것은 공단의 사회 유행을 따라가는 전시성 실적 올리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국립공원 탐방객들은 자기네들의 탐방 목적이나 취미, 또는 일정에 따라 국립공원을 둘러보고 감상할 것이다. 즉 자연경관, 역사, 지리, 지질, 문화, 인문, 등산, 자연여행, 연구 등을 목적으로 찾는 것일 것이다.
탐방 내용 빈약으로 탐방객 외면
탐방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자료들은 많다. 국립공원 관련 국내 학사, 석사, 박사 연구논문만도 약 100개에 달한다. 이 중에는 공단 직원이 공단에 근무하면서 작성한 박사학위 논문들도 있다.
학위논문뿐만 아니라 공단의 예산서, 결산서와 공단 임직원 구성내용, 국립공원계획서, 조사연구보고서, 탐방안내책자, 그리고 각종 세미나 자료, 회의록, 공사설계도 등이 해마다 수십 가지 이상에 달한다. 이러한 자료들을 국민들은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는 실정이다.
한 예로 오대산 월정사~싱원사 구간 도로포장 계획에 따른 자료들도 공개적인 장소에 전시되어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울창한 천연림을 베어내면서 도로를 확포장한다는 사실이 감추어지고 있다.
논문이나 예산서, 조사연구보고서, 공원계획 등이 공개될 경우 국립공원정책이나 조사연구보고서 등의 거짓행각과 공원정책의 허구성이 드러날 수도 있다. 이걸 숨기려고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도 언제까지나 숨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도 숨기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책임행정 실종 때문이다. 누구나 알아도 아무런 관계도 없는 평범한 자료조차 공단 관리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자료인 경우는 공개한 직원을 색출해 문책하느라 공단 내부가 시끄러운 현실이다. 이 때문에 한 순간만 넘기면 내 책임이 아니라는 사고방식과 여태까지 그렇게 처리해온 행정방식이 이러한 밀실행정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국립공원에 관한 자료들을 내놓지 않고 한편에서는 유행하는 야생화 등 사진이나 영상물 위주로 전시물을 전시하고 있다. 그런데 공단은 생태탐방이 국립공원 탐방의 전부인 양 선전하고 있다.
즉 동식물 사진들을 등산로변에 줄줄이 전시하고, 인공화단을 만들고, 멀쩡한 등산로에 철골과 판자를 깔고, 흙길에 콘크리트를 칠하고, 호젓한 등산로 주변 풀들을 제거하여 자연을 파괴시켜 생태탐방로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훼손의 현장에서 자연을 얘기한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자연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셈이다.
공단은 공원마다 탐방안내소를 지으며 생태탐방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일률적인 겉모습 보이기에 급급할 게 아니라 탐방객 개개인의 탐방 목적에 필요한 국립공원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자료들을 비치하는 게 우선이다.
이장오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국장 |
후원참여
조세개혁운동 > 세금오남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