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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정부"예산 돌려막기"… 쌈짓돈 주무르듯

번호 :28 글쓴이 : 관리자 조회: 12037 날짜: 2004/09/18

‘청소년 기금’이 공무원 퇴직금으로
복지부는 “일단 따놓고 보자” 계획 벌여놓고
잇단 차질… 노인복지 300억은 20%도 못써

국회의 2003년도 정부 결산 심사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정부의 방만한 예산 운용사례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거의 모든 국회 상임위가 “예산을 멋대로 돌려쓰지 말라”며 정부 각 부처에 지적하고 있다. 정부 부처는 “법상 전용 절차를 거친 합법적 예산 운용”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국회는 “내용을 살펴보면 예산회계법상 ‘예산의 목적외 사용 금지’조항을 교묘하게 위반한 흔적이 짙다”고 보고 있다.

◆멋대로 돌려쓰기

통일부는 북한 경수로 건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내는 분담금 중 일부를 5년째 본부 예산 등으로 끌어다 쓰고 있다. 2003년도의 경우 KEDO 분담금으로 58억여원의 예산을 배정받아 6억7000여만원을 통일부 본부 인건비(2억1200만원), 남북교류협력사업비(4억6600만원)로 돌려 썼다. 통일부는 2002년엔 73억여원의 예산에서 15억여원이나 다른 용도로 썼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는 “매년 국회가 지적해도 고치지 않는다”고 했다.

통일부는 작년 말 경수로사업이 중단됐는데도 경수로기획단 인력 32명과 한 사람당 약 2억원의 예산을 쓰는 뉴욕사무소 인력 12명을 그대로 두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청소년개발원은 작년에 민간과 함께 하는 사업 ‘청소년사랑 산들바 통장’에서 나온 기금(예산) 1억7358만원 중 1억807만원을 청소년사업에 쓰지 않고 직원 퇴직금 충당금과 인건비로 썼다.

외교부는 지난해 부 예산 중 71억7900만원을 인건비로 돌려썼다. 이는 전체 예산 전용액 123억여원 중 58%나 되는 규모였다. 정원보다 73명이나 많은 인원들의 월급을 준 때문이다. 건설교통부는 지난해 재해대책비로 쓴 돈 1조2741억원 중 3834억원을 다른 사업 예산에서 가져다 써 “그렇게 많은 돈을 돌려 쓰고도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는 말을 듣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감사해야 할 감사원도 다를 바가 없었다. 감사원 예산에는 비밀활동을 위한 ‘특수활동비’가 있다. 그 속을 들여다보니 감사 실적 우수 부서 직원 격려포상금, 유관 기관 및 전문가와의 협의 비용 등으로 썼다. 국회 법사위는 “방만하고 자의적인 예산 집행”으로 지목했다.

국정홍보처는 핵심 사업인 국가 주요 시책 광고 예산 78억원 중 8.9%인 6억8900만원을 정부 합동 브리핑룸 설치(6억3000만원), 인건비 부족분(6800만) 등으로 전용했다. 국회 문화관광위는 “당초 계획에도 없던, 별로 시급하지도 않은 일에 돈을 썼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관위는 16대 대선 후보자 선거비용 보전경비로 396억1000만원을 받아놓고선 실제 276억7200만원만 집행한 뒤 나머지 113억6000만원은 지방 사무실 청사 신축·임차비 등으로 써버렸다.

◆예산 받고 못 쓰는 복지부

보건복지부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대한노인회관 건립비용으로 2002년 15억원, 2003년 20억원의 예산을 받아놓고서 전액 불용(不容) 처리해버렸다. 집을 못 짓는 땅에다 짓겠다고 엉터리 계획을 세웠던 결과다. 또 작년 ‘장애인생활안정사업’ 예산 600여억원의 집행률은 항목당 53~83%에 불과했다. 신규 등록 장애인 수가 정부 예측(11만8000명)보다 훨씬 적은 2만여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장애인종합수련원 건축 지원비로 2002년과 2003년 각각 50억원씩 100억원을 지출했지만 올해 6월 현재 땅을 사고 설계를 맡기는 데 그쳤다. 당초 계획은 올해 건물을 모두 짓는 것이었다.

복지부는 전국에 ‘치매요양병원’과 ‘노인복지회관’을 짓는다며 작년에만 300여억원을 각 시·도에 나눠줬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6분의 1도 쓰지 않고 올해로 이월시켰다. 계획 부실 탓이었다. 중소 도시 보건소 신축비용 50억원 중 47억원을 못 쓴 것도 같은 사정이다.

복지부는 보험료 지원 등 병원선(病院船) 운영사업 국고 보조금으로 1억500만원을 배정했지만 이중 1900만원밖에 쓰지 못해 “전형적인 따놓고 보자식 예산 수립”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각 시·도의 추진 상황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 돈만 내려보낸 결과”라고 했다.

신효섭기자
황성혜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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