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봉 외 보너스를 받는 달은 마냥 기분이 좋다. 일상적으로 1년에 두 번, 추석과 설이 들어 있는 달에 덤으로(?) 받게 되는 보너스는 삶의 기쁨이자 보람이다.
이 보너스의 대부분은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친지들의 선물로 바뀌지만, 그래도 마냥 신난다. 직장인에게 연초에 생기는 또 하나의 보너스가 있는데, 바로 연말정산환급금이다. 아내가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로 등록된 이후부터 나의 환급금은 한 달치 본봉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이다. 환급 관련 월급명세서를 받은 다음날, 내가 속한 사무실 각자의 자리에는 요플레가 놓인다.
다른 사람보다 환급금이 많은 편이어서 그냥 자연스레 쏘는 것이다. 받은 걸 약간이나마 돌려주는 건 인지상정(人之常情) 아니겠는가!아내가 중증환자로 등록되기까지 처음에는 상당히 어려움이 많았는데, 아마도 많은 분들이 우리와 같은 어려움을 겪었으리라. ‘장애인 증명서’ 발급 건은 순탄치 않았다.
검진 후 확진판정은 서울의 세브란스에서, 확진판정 후 수술은 가평의 청심국제병원에서, 수술 후 통원치료는 일산의 암센터에서 했기에 자가용이 없는 나는 이곳저곳을 발로 뛰어다니며 서류를 만들어냈다. 어느 병원에서는 담당자가 발급절차를 잘 모르기에 병원 홈페이지에 구구절절이 사연를 써서 올렸더니 즉각적인 반응이 왔다. 수일내로 발급해서 집으로 직접 부쳐주겠다는 회신이었다. 환급받기까지의 어려움은 또 있었다. 작년의 일이다. 회사의 창고에도 나에게도 환급받을 때 필요한 몇 년 전의 서류가 제대로 남아 있지 않아서 세무서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안내의 잘못으로 은평지소에서 ‘소득금액증명’을 발급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다시 물어물어 상급기관인 서대문세무소에 직접 가서 서류를 떼야 한다는 말을 듣고서야 발걸음을 그리로 돌렸다. 직장을 몇 시간 이상 빠져야 하기에 눈치를 보며 겨우 관련 서류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손에 들어오는 서류는 고작 한 장에 불과했지만, 그 수고는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였다.사랑하는 아내는 2004년 유방암 확진 후 수술을 받고 치료를 하다 2007년에는 원격전이가 돼 지금도 암센터를 들락거리며 쉼없는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몸 상태가 심히 안 좋을 때는 입원, 입원 후에는 정기적인 검진 그리고 항암제의 연속! 진부한 표현이겠지만, 국어사전에는 ‘포기’라는 단어가 여러 의미로 실려 있지만, 우리 가족의 삶에서 ‘포기’라는 단어는 사라진 지 오래다.
2004년 2월 발병 전, 검사할 때 PET 검사비용이 무려 1백만원이었다. 그동안 부어왔던 통장을 깨는 등 나는 아내 살리기에 모든 정성을 쏟았는데 그 덕인지 지금까지 건강한 모습을 보여 정말 다행이다. 그 누구보다 어려운 입장에 있는 우리는 더 어려운 이웃을 돕기로 작정하고, 한 단체를 통해 스리랑카 ‘엠빌리피티야’에 사는 초등학생에게 월정액을 후원하고 있다.
환급금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아내가 권유한 것이라 쉽사리 뿌리칠 수가 없었다. 우리 집의 외동딸과 동갑인 그 남자아이, 후원받는 단체에서는 1년마다 한 번씩 도움받는 꼬마가 힘차게 자라나는 사진을 보여주어서 흐뭇할 수밖에 없었다.
직장인에게 있어서 연말정산환급금은 기쁨의 돈이다. 사무실 동료들에게 요플레를 돌리고, 그 중 일부를 기부하는 재미는 쏠쏠하다. 사회지도층 인사는 아니지만, 우리 가족이 스리랑카의 그 꼬마에게 베풀어주는 작은 사랑 또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라고 생각하니 참 마음이 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