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결혼과 함께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지내던 저는 이듬해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습니다.
퇴직할 당시만 해도 중간 정산해서 얼마 안되는 퇴직금이었지만 퇴직금도 받고, 월급쟁이였던 저에겐 꽤나 큰 돈을 쥐고 있을 수 있어 처녀시절 보탬을 주었던 친정살림을 변함없이 도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 버는 돈도 없이 계속 그렇게 쓰기만 하다 보니 막상 임신을 하고입덧을 시작했는데 하루에도 수십번씩 생각나는 물이 그득한 메론과 살이 새하얀 말랑말랑한 복숭아 하나도 맘 놓고 사먹을 수 없을 만큼 수중에 돈이 바닥이 나 있었습니다.
남편에게 먹고싶다고 사달라는 것도 한계가 있고, 아무리 임신 중이라지만 그 비싼 과일을 두 세개만 집으면 벌써 2,3만원씩 훌쩍 달아나는데 매일매일 그걸 사먹기엔 빠듯한 생활에 부담이 너무 컸습니다.
임신해서 과일 하나도 맘 놓고 못사먹는구나..생각하니 괜히 우울하고 속도 상했지요.먹는 거에 너무 집착하는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해보여 잠시나마 잊어볼 생각으로 여기저기 인터넷 웹서핑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과거에 놓친 연말정산 다시 하시고, 세금 돌려받으세요"라는 문구를 발견했습니다. 그 문구를 따라 따라 들어가다보니 한국납세자연맹이라는 곳이 나왔고 홈페이지까지 들어가게 되었지요.
"납세자연맹? 이건 뭐지? 정부에서 운영하는 기관인가? 아니야 연맹이니까..무슨 사단법인.머 이런 건가?"혼자 별별 생각을 다 하며 미심쩍은 마음으로 홈페이지 이곳저곳을 기울이다 회원가입을 하고 상담 게시판에 저도 환급 받을 수 있는지 글을 남겼습니다.
빠른 답변으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고 저처럼 회사를 그만둔 경우 이전에 이미 받았던 연말정산 중 누락분을 어떻게 정산하면 되는지 세세하게 안내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회사 다닐땐 미성년자 동생들 외엔 교육비 항목에 넣을 수 없다던 동생의 대학 등록금도 그 항목에 넣을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매년 그 비싼 등록금을 내 주면서도 적용이 안된다고 해서 항상 억울해했거든요.혹시나 싶어 습관처럼 모아두었던 의료비 영수증이 그때만큼 고마웠던 적은 없습니다.
또 여전히 부모님 한약 지어드릴때도 꼭 제 이름으로 의료비영수증 발급받아둔 덕에 의료비도 너끈히 금액을 맞출 수가 있어서 왠지 좋은 결과를 얻을 것 같았거든요.
또 연말에 집이 이사를 하면서 이사비 항목으로 넣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아서 이사비 내역서는 없고 집 계약서가 있으면 된다고 하셔서 그 부분도 복사해서 준비했습니다.
사실 매년 회사에서 연말정산할땐 형식적으로 회사에서 내라는 서류만 챙겨서 내다보니 나중에 환급 받으면 운이 좋은 거고 못받아도 어쩔 수 없는 거라 생각하고 아쉬움을 달랬는데 이제보니 얼마든지 제가 받을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고 그동안 모르던 사실들이 하나,둘이 아니었다는 것도 알게되었죠.
급하게 서류들을 다 모아 4월 중순 연맹에 서류를 보내고 2006년 7월에 세금환급을 받았습니다.어찌나 기쁘던지..7월에 통장에 들어온 세금을 받고 정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르겠습니다. 30여만원이나 되는 돈이 갑자기 생기니 정말 기쁘더라구요. 300만원도 아닌데 뭘 그렇게 기뻐하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당시 1,2만원에도 벌벌 떨며 먹고싶은 것 참아가며 지내던 제겐 정말 큰돈이었습니다. 더구나 원래 제가 받았어야 할 돈이라 생각하니 더 뿌듯하더라구요.
그렇게 기쁜 마음에 먹고싶었던 메론이랑 복숭아, 추가로 키위까지 그냥 왕창 사서 냉장고에 재워두었습니다.
남편은 "당신이 웬일이야? 과일을 이렇게 많이 사다놓게? 무슨 일 있어?"라며 의아해했지만 저는 이유를 알려주지 않았습니다.(사실 지금도 그거땜에 남편한테 좀 미안해요. 기분좋게 받은 돈인데 그냥 남편한테도 맛있는 거 사줄걸..하구 말예요.)그냥 이 돈은 오로지 저랑 우리 뱃속 아가만을 위해서 쓰고 싶었거든요.그래서 꼭 먹고싶을때 한 번씩 쓰고, 나머진 돼지저금통 사서 아기를 위해 저금통에 고스란히 넣어두었습니다.
"이 돈은 엄마가 배우면서 어렵게 찾아온 돈이니까, 이 돈으로 새끼 쳐서 우리 아가한테 배로 전해줄게~"이렇게 아기에게 얘기하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그런 얘기가 하늘에 닿았는지 아니면 보시던 하느님께서 저를 이쁘게 여기셨는지 환급 서류 보내놓고 얼마 안있어 '잊고있었던 세금, 어떻게 환급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내용으로 라디오에 사연을 보냈는데 그게 방송을 타고 거기서 20만원 상품권까지 보내주셔서 저는 두 배로 환급을 받을 수 있게 되었지요.
그런데 기쁜 마음에 납세자연맹의 도움으로 환급받을 경우, 10%를 기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있다가 8월말에 연맹에서 온 전화를 받고 황급히 송금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전화주셨던 분껜 송금한거 맞다고 계속 우겼거든요. 그냥 생각으로만 송금해야지..하다가 잊어버린 것 같아요. 그때 전화주셨던 분껜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가끔씩 아기 엄마들 모임 나가서 회사 그만둔지 얼마 안된 엄마들 만나면 꼭 그런 얘기 해 줘요.“연말정산 누락된 거 있으면 ‘한국납세자연맹’ 찾아서 꼭 상담받고 환급 받으라”구요.저 이 정도면 납세자연맹에 은혜 갚은 거 맞죠?저같이 정당한 권리를 몰라 못찾고 계셨던 많은 분들, 저와 같은 다른 분들처럼 꼭 권리 찾으셔서 작은 행복 크게 크게 누리실 수 있게 되길 바랄게요.
놓친 소득공제 내용
- 의료비 공제 내역 중 의료비 영수증 누락됨.( 15만원)
- 본인과 생계를 같이하여 본인이 부담한 동생의 대학등록금 5,060,000원 공제 누락. 부모님의 소득이 적어 본인이 동생의 등록금을 대주었음.
- 이사비용공제 100만원 누락. 등본 및 기타 서류를 첨부하지 않아 이사 공제에 포함되지 않았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