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싸이클 다이어리
감독: 월터 셀러스
출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로드리고 드 라 세르나, 미아 마에스트로, 메르세데스 모란, 장 피에르 노어
개봉: 2004 미국, 독일, 영국, 124분
평점: 4.5점
줄거리
의대생 에르네스토 게바라(일명 푸세) 그리고 생화학자인 알베르토 그라나도는 낡고 오래된 ’포데로사’라는 이름의 오토바이 한대로 남미 대륙을 횡단하는 여행을 시작한다. 이들은 안데스 산맥을 가로질러 칠레 사막을 건넌 후, 페루의 잉카유적, 남아메리카 최대의 나환자촌 등을 건너는 등의 여정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여행을 가기 전 여자친구 집에서의 며칠밤, 오토바이가 고장난 칠레의 한 마을에 머무는 동안 생긴 일, 광산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척박한 사람, 나환자촌 사람들과의 행복하고 순박했던 며칠 등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그들의 여정을 기반으로 해서 풀어져 나간다.
여행을 마치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는 길, 알베르토는 나환자촌의 사람들과 같이 살면서 의사가 되기로 결심을 하고, 푸세는 고향 아르헨티나로 돌아간 뒤 세상에서 소외된 자들과 힘겨운 노동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의학도였지만, 결국 투쟁가로서 변신하기로 결심했던 체 게바라의 삶 이전에는 어떤 원인들, 어떤 동력들이 있었던 것인가를 영화는 보여준다.
감상포인트
안데스 산맥과 거대한 자연풍광들.. 개발되지 않고 아직도 보존되어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모터사이클의 이동경로를 따라 볼 수 있다.
자연풍광과 함께 잔잔히 들려오는 OST들도 들을 만 하다. 앨범만 따로 사서 들어도 좋을 듯…
감상 및 후기
인간의 인생은 왜, 어떻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같은 오토바이를 타고, 같이 남아메리카 대륙을 건너 다녔지만,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두 주인공은 서로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좀더 감수성이 풍부하고 섬세했던 푸세(체 게바라의 별칭)는 여행을 통해 사람들의 고달픈 삶을 함께 느꼈고, 가진 자들의 횡포를 함께 느꼈다. 그리고 사람들의 고통의 기원을 찾고자 하는 시도에서 그의 인생은 다시 시작된다. 그에 반해 같이 여행을 했지만, 그의 동료 알베르토 그라나도는 여행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그리고 자신의 진로를 나병환자들이 수용되어 있던 병원에서 찾는다.
같이 먹고, 같이 자고, 같이 경험했지만 이렇게 둘의 일생이 차이가 나는 건 왜일까?
이 영화는 그 이유를 감수성의 차이에서 찾는다. 알베르토는 하루의 먹을 것과 잠잘 곳을 얻기 위해 사람들에게 거짓을 꾸며대거나 또는 불가능한 온정을 베푸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푸세는 그렇게 하룻밤을 구걸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하룻밤을 지내기 위해 종양으로 판단되는 병을 가벼운 병이라고 거짓으로 꾸며대거나 또는 자신이 고칠 수 없는 병을 고칠 수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은 그의 양심이 허락치 않았던 것이다. 먹고 즐기기 보다 아픈 사람을 먼저 찾아갈 수 있게 만드는 감수성이 결국 사람들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관찰할 수 있게 만들었고, 그들의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자양이 되게 만들었다는 거다.
그렇다면 그런 감수성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좀 진부하긴 하지만, 인문학에서 오는 건 아닐까? 칠레의 민중문학가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자연스럽게 읊조리는 푸세.. 어머니를 향해서 쓰는 편지이지만 세상을 향해서 쓰는 반성의 편지인 것 같은 풍부한 감성의 글들... 그의 그런 심성과 민감함, 섬세함이 결국은 그를 사회의 부조리와 싸우고 온 세상이 그를 존경하도록 만드는 밑거름이 된 것이다. 반면 그의 친구, 알베르토는 춤도 잘 추고 여성들과 어울리기도 잘 하는 천성적으로 인생을 즐기는 사람이었던 거다. 그는 인문학적이라기 보다는 자연과학 쪽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체에게서 풍겨나는 인문학적인 감수성은 태생적인 듯 하다. 날씨와 환경에 민감한 천식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처럼... 그렇게...
총을 들고 자신의 신념을 위해 싸운 체 게바라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시를 읊조리는 푸세(별칭)의 모습은 그를 더 매력적인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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