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열정을 다시 한번 느끼다-이기동 체육관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는 복싱을 주제로 한 연극 <이기동체육관>을 보고 왔습니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한 방이 있다, 고 선언한 작품에 아주 쎄게 얻어맞고 왔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가요, 지금 당장 시작하세요~"라고
늘 들어왔던 것 같은 말을 하는데도 가슴을 두근두근 뛰게 하는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이 작품에는 어떤 말도 나오지 않고, 어떤 생각도 나지 않는 5분이 있습니다.
5분, 이라고 했지만 그때 정말 시간이 흐르고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둑어둑한 무대가 체육관으로 바뀌고, 배우들이 복. 서.로 변신하는 순간들.
그들의 움. 직. 임. 과 타닥타닥 줄넘기 소리, 퍽 퍽 글러브 치는 소리만 있던.
우리에게 몸. 이 있었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주먹과 어깨와 다리가 있다는 것을요.
사무실 의자에 앉아 머리만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면서 살아왔다는 걸 알았습니다.
몸. 이 있었으므로, 몸으로 할 수 있는 일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게 이렇게 많았는데...
연극을 보며 권투라는 스포츠가 참 묘하다고 느꼈습니다..
이렇게 인간적이면서 이렇게 비인간적인 게 없잖아요.
극 중 대사와 같이, “체중도 똑같고 규칙도 똑같고, 속옷 바람으로 1대 1로 싸우는 경기.
종이 울리고 링 위에 서면,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나 혼자 상대해야 하는 게임.
그러나, 사람이 사람을 두들겨패는, 이기거나 지거나 상처가 남는 양날의 칼.”
이 작품을 보면, 권투라는 스포츠가 사랑스러워집니다. 권투를 다룬 작품이니 당연한 건가요?^^
인생이라는 링 위에서 때려눕혀야 할 상대는 적이 아니라, 나태하고 편하게 살고픈 나 자신이라는 걸 알려주네요.
상대방을 때려눕히는 비인간적인 스포츠인 줄 알았는데, 스스로를 이겨내는 너무나 인간적인 스포츠였습니다.
권투 체육관에서는 으레 그런 건지, 작품을 보다가 잊을만하면 한번씩 종이 울립니다.
요란하게 경기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릴 때, 벌떡 일어나 인생에 어퍼컷을 날리고 싶어졌습니다.
나 아직 죽지 않았어! 내 인생 아직 끝나지 않았어! 나만의 한 방을 보여주겠어! 하면서요.
 댓글[2] |
| midsummer [2009-11-04 11: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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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글을 잘 쓰신 것 같아요~ 막 보고 싶어진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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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goa [2009-11-05 17:3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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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문화를 누릴줄 아는 수준이 굿!.. 저도 한번 보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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