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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茶), 그리고 정원
남들은 다 여름에 가는 휴가를 조금 미뤄 9월 초, 별렀던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특히 교토가 좋았는데 교토에서 마음에 들었던 것 두 가지. 차와 정원이었다.
교토는 일본인의 마음의 고향으로 불리며 천년고도다. 그리고 또 하나! 유명한 녹차산지다. 교토 인근의 우지라는 지역은 일본 귀족들의 별장지이자 녹차 산지로 유명해서 우지 녹차라고 하면 고급 녹차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나는 원래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다. 커피 향을 맡으면 머리가 멍해지고, 결정적으로 커피를 마시면.......졸리기 때문이다!(^^:;) 대신 잠을 깨기 위해 고등학교 때부터 마시기 시작한 차를 매우 좋아한다.
동행한 친구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려 한 시간이 걸려 찾아간 교토의 녹차가게! 장소도 교토 고쇼라는, 일본천황의 교토 거주지 근처에 있다. 이 가게의 이름인 일보당(一保堂)은 이 가게에서 차 맛을 본 황족이 ‘차 하나만은 지켜주게’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교토에는 이처럼 몇 백 년을 이어 내려온 노포(老鋪, 오래된 점포)들이 많다.
역사가 오래된 가게지만 외관은 이처럼 깔끔하고 예뻐서 반대했던 친구조차도 마음에 쏙 들어 했다. 그리고 가게 내부는 더욱 마음에 들었는데 우리나라에선 절대 볼 수 없는 이런 찻집을 가본 것만으로도 한 시간의 고생이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사실 차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물의 온도와 시간, 그리고 차 마시는 법을 친절하게 설명해준 점원언니(?) 덕분에 이 가게, 완전 마음에 들어버렸다.
내가 마신 차는 선차(煎茶, sencha)의 한 종류인 나선 방천(芳泉, hosen)이라는 차였고 내 친구가 마신 차는 옥로(玉露, gyokuro)의 한 종류인 ‘기러기의 소리(雁ケ音)?’라는 차였다. 내가 산 차는 조록(朝錄)이라는 차였는데(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먹는 녹차 같은 거였는데 가루차인 말차보다 훨씬 저렴했다! ^^) 서정적이기까지 한 이 이름이 참 맘에 들었다. 아는 지인에게 들으니 아침의 신선한 초록, 연두를 의미한다고 한다. 차 하나하나에 이런 이름을 붙이고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에 애정을 기울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선치  옥로
교토는 메이지 유신 전까지 일본의 수도로서 천황이 거주하던 곳이어서 고풍스런 거리와 건물이 가득하다. 특히 절과 신사가 가득해서 ‘교토에서 돌을 던지면 중(스님) 아니면 학생이 맞는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런 절, 신사에 있는 것이 바로 일본식 정원.
내가 구태여 ‘일본식’이라고 하는 것은 그 정원이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정원이 자연미를 강조한다면 일본식 정원은 인공미의 극치라고 하고 싶다. 특히 ‘가레산스이’식 정원은 그런 일본식 정원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준다.
료안지
긴카쿠지 정원 사진
이 신사나 절에 정원을 둔 것은 마음 수양을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때문에 절의 마루에 앉아 정원을 바라보는 걸 추천하는데 정말 그렇다. 바쁘게 지나치면서는 느낄 수 없는 고요함을 느낄 수 있다. 삭막하기까지 한, 간소한 정원을 멍~하니 바라보면 속세의 걱정거리는 저 멀리 가버리고 마음에 한 줄기 여유라는 게 생긴다.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지고, 배워보겠다는 마음이 든다. 대학생 때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을 때 박물관을 다니면서 서양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이번 일본 여행은 차와 정원에 대한 관심을 가질 기회가 됐다. 내게 있어 여행은 ‘쉼’의 의미와 더불어 ‘새로움을 배우는 기회’인 것 같다.
차는 그 전부터도 좋아했지만 이번 여행에서 관심을 갖게 된 일본식 정원. 이 삭막한(?)일본식 정원에 대해 공부해서 다음 여행에선 좀 더 의미를 알고 싶다. 다음 여행에선 느긋하게 정원을 보며 향기로운 차를 한 잔 마실 수 있기를 바래본다.
정책기획팀 김설주 간사 
 댓글[2] |
| shlee [2009-09-30 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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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을 해 본 적은 없지만, 차와 정원은 일본 풍경의 대표적인 아이콘 임에 분명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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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dsummer [2009-11-04 11:3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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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지만 아직은 제게 멀게 느껴지는 나라... 가보고싶네요 ㅜ.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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