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 달에 한 번씩 산행을 하기로 했고, 5월9일은 북한산에 오르기로 했다.
그 후 북한산에 오르기 전에 난 친구들한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워밍업 차원에서
나 홀로 산행을 감행하기로 하고 목적지를 수락산으로 정했다.
그래도 깔딱 고개 까지는 두 번 정도 산행을 해봤던 터라 조금은 자신이 있어
택한 것이다.
‘오늘은 꼭 정상을 정복하고 와야지’ 하는 마음으로 간단히 배낭을 챙기고
10시쯤 집을 나섰다. 10시40분쯤 수락산역에 도착하여 1번 출구로 나와 8분정도
걸으면 미주 아파트가 있고 거기를 지나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수락공원 관리사무소와
시립양로원이 있는 계곡 코스가 나온다.
며칠 전 비가 와서 인지 계곡엔 수정 같은 물도 흐르고 연록은 청록으로 변해
짙어져있고 근로자의 날 임에도 산행 인파가 많지 않아 산행 하기는 더 없이
좋은 날 이였다.
구암 약수터에서 물을 보충하고 무리 없이 쉬엄쉬엄 올라갔다. 어느 정도 오르니 역시
숨이 차고 지치기 시작한다. 아직 깔딱 고개도 못 왔는데 말이다.
몇 번을 쉬어 드디어 깔딱 고개에 도착했다. 1000원주고 아이스크림 하나 사서 목을
축이니 정말 꿀맛이다.
조금 쉬다보니 갈등이 생긴다. ‘내려갈까~ 정상까지 갈까~’ 한 번도 가보지도 않았고
여기부터는 암벽이라고 하는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생기기도 했지만,
죽지는 않겠지 하는 마음으로 정상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암능 코스는 두발로 걸을 때 보다 차라리 밧줄을 잡고 온몸을 실어 타는 게 스릴도 있고
힘이 덜 드는 것 같다.
여러 바위를 지났지만 어찌나 힘들던지! 지금 와서 생각나는 건 철모바위, 소원바위
(소원도 빌었다) 뿐이었다. 드디어 3시간 만에 안간 힘을 다해 정상에 도착 했다.
해냈다는 성취감! 뭐라 표현 할 수가 없다.
정상에는 태극기가 꽂혀 있는데 마치 내가 전문 산악인이 된 기분이 었다.
이렇게 좋을 수가~~!! 정상까지 올랐으니 자랑도 할 겸 태극기 잡고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바위가 너무 높아 올라가지 못하고, 서운하지만 그냥 바로 아래서 사진을
한 컷 찍고 하산을 서둘렀다.
내가 왔던 길은 너무 가파름이 심해 다시 내려가기는 무리 일 것 같아 물어물어 다른
능선을 타고 내려오는데 그곳도 만만치는 않은 것 같았다.
무슨 바위인줄은 모르지만 바위능선을 몇 개 넘고 능선을 따라 내려가고 또 내려가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늦은 하산에다 워낙 느리다 보니 나 혼자 내려오는 것이었다.
무섭기도 하고 왠지 쓸쓸했다. 돌연 길을 잃고 헤매는 한 마리 사슴처럼 말이다.
다행히 늦은 시간에 산을 오르는 사람이 있어 길을 물어서 어렵게 5시 40분쯤
수락산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5월 1일 연초록의 멋을 선물하는 자연 앞에서 나는 오늘 꿈을 꾸어 본다.
바위의 묵묵한 자태를 닮고 싶은 마음. 그저 내 갈 길을 가노라면 때로는 무겁게,
상큼하게, 뭉클하게 다가오는 내면의 색깔로 하얀 바위에 나의 각각의 자화상을
그려보기도 하고 콧노래도 부르면서 힘들고 쓸쓸한 산행 이였지만 그래도 수락산
너 정말 멋지고 좋았어!!
<한국납세자연맹 회원관리실 조혜옥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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