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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땀 어린 ‘소득’ 대신 쓴 만큼 세금 낸다면?
- 좌충우돌 납세자연맹 인턴사원의 세제발전 정책토론회 참관기-
지난 6월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128호에서 열린 ‘세제 발전과 납세자 권익 향상에 관한 정책토론회’는 여러모로 유익했다.
학자들과 정치인, 국세청 세무공무원, 기업인들이 저마다의 위치에서 현행 세제(稅制)의 문제를 짚어보고 미래의 세금을 논하는 자리였다. 처음 들어보는 세목(稅目)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박종규 바른경제동인회 고문께서 기조발제를 통해 제안한 ‘지출세.’ 물론 처음 들어보는 용어였다.
소득세 시대의 종언을 예고
지출세의 핵심은 벌어들인 소득이 아닌 지출에 대해서 세금을 매기자는 것이다. 총소득에서 저축을 뺀 돈을 소비로 간주해서 이것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번 돈은 언젠가는 꼭 쓰게 되며, 자신이 쓰고 남은 돈은 결국 상속을 해서라도 다 쓰기 때문에 이런 ‘지출세’ 체제 하에서는 절대 탈세가 없다는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소득세는 19세기 초, 나폴레옹과의 전쟁 때 전비충당을 위해 영국에서 시작했는데 그 당시에는 대표적인 악세(惡稅)로 인식됐다고 한다. 폐지되기도 했으나 결국 살아나 그 생명을 이어오고 있는 이유는 국가 입장에서 원천징수 매력이 컸기 때문이다. 탈루도 없고 징수하기 쉽고 징세비까지 적게 드니 정부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세금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득세제를 취하면 저소득층에선 소비가 줄어들고 고소득층에서는 저축여력이 줄어든다. 발표자는 소득세 때문에 근로의욕이 감퇴하고 민간영역이 점점 더 쇠퇴한다고 주장했는데, 우리나라의 과도한 공공부문을 생각해 보니 일면 수긍이 간다. ‘지출세’를 도입하면 세제가 간단하고 소비지출이 줄어들기 때문에 자원을 적게 쓰고 이를 저축으로 돌리게 된다.
사치스럽고 이기적인 국가
정부가 과도한 발권력을 행사한다는 것도 비판의 도마(?)위에 올랐다. 이는 회의에 참석했던 국회의원들(심지어 여당조차도!)도 인정했다. 정부가 방만하게 재정을 운영하고 이를 정부부채와 발권력을 이용해 메우는데, 결국 이 ‘빚’은 우리의 후손들이 갚게 된다는 것이다.
빚을 지는 사람 따로 있고 갚는 사람 따로 있다는 것은 정말 말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균형예산을 헌법에 명시해야 하며, 혹은 발권력을 국내총생산(GDP)증가율 수준으로 억제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지출세’와 ‘국가채무 문제’에 대한 토론자들의 시각은 입장과 처지에 따라 사뭇 달랐다. 한나라당 유일호 의원은 정부 채무, 정부 공공부문의 비대화에 대한 문제제기에는 인식을 같이 했지만 현 경제 위기 상황에서 신속 과감한 재정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균형예산에 대한 원천봉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지출세’ 타당성엔 다양한 이견
유의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토론자는 ‘지출세’의 실현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안종석 한국조세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현금지출에 대해서 중과세를 하게 될 경우 탈세 의욕이 더 커진다”고 반박했다. 안본부장은 또 “시세차익에 대해 중과세를 한다고 하는데 저축이자와 주식배당이 과연 시세차익과 명확하게 구분이 될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금융부문 시세차익에 대해 중과세를 한다면 오히려 저축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출세’ 효과에 의문을 표시했다.
김낙회 기획재정부 조세기획관은 “지출세제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현실적으로는 모든 정보가 축적돼야 하고, 소득파악에다 저축까지 모두 조사를 해야 한다”고 현실성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또 “유소년기엔 지출이 소득보다 많은데 소비세(지출세)체제가 된다면 유소년기에 중장년보다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재정지출이라는 것을 포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고 계층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를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홍기용 교수(인천대)는 “현재의 국제사회 속에서 우리나라만 지출세만을 채택하는 건 이중과세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어렵다(이 점은 생각지도 못했다!)”는 점을 들어 ‘지출세제’의 현실적 어려움을 주장했다. 홍교수는 또 “만약 민간영역에서 투자로 인해 손실을 입게 된다면 국가가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데 이런 정부의 역할을 간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세무조사 기준 법률로 정하라!
실물경제의 한복판에서 세금 문제로 고민하는 기업인들의 고충도 들을 수 있었다.
조유현 중소기업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은 “중소기업을 탈세의 온상 혹은 탈세가능그룹으로 보는 인식을 바꿔 달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또 고질적인 ‘어려운 세법’과 ‘세무조사’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조본부장에 따르면, 기업들 대다수가 명확치 않은 세무조사 대상선정 기준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또 예고 없는 압류수사 때문에 업무에도 막대한 지장이 있고 세무조사 때문에 예정된 발주가 취소되는 등 영업손실도 막대하다는 애로점도 털어놨다. 조본부장은 “이런 이유로 세무조사에 휘말리기 싫어 적자임에도 흑자로 신고하는 기업도 있다고 증언(!)했다. 충격적이었다.
조본부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우선 “세무조사의 구체적 사항이 국세청 훈령이 아닌 법률로 규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대항권을 신설, 세무조사에 따라 부과된 벌금을 내고 나서 불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징수유예 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정직한 납세 중소기업인에 대해서는 성실신고 법인제도를 도입해서 과세관청의 세무간섭을 신경 쓰지 않고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세제당국과 정치권에 요청했다.
납세자연맹, ‘지출세’에 지대한 관심
안종석 조세연구 본부장은 지출세의 대안으로 북유럽에서 시행하는 이원적 소득세제를 들었다. 이는 근로소득에 대해선 현재 시스템, 자본소득에 대해서는 낮은 단일세율로 과세하는 방식이다.
김낙회 기획재정부 조세기획관은 현 체제 하의 바람직한 세제의 방향을 몇 가지 제시했다. 그는 “저(低)세율, 중산층에 대한 배려가 있는 감세(제발 그렇게 해 줬으면 한다!!)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소비탄력성이 낮은(부동산 같은) 재화에 대해선 담세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세금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마 이 부분은 찬반양론이 있을 것이다.
일반 시민 패널에게도 발언기회가 돌아왔을 때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이 나섰다. 김회장은 “지출세는 최근 세계납세자 연맹과 미국 납세자 단체에서도 납세자 권리 차원에서도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행 소득세제에 대해 납세자인 국민이 근본적으로 불공평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제, “각국 정부나 싱크탱크에서 지출세제로의 개선 의지가 있다”면서 “지출세제 정립은 민주주의 발전과정에서 큰 획을 긋는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에필로그
토론회가 끝나고 머리가 기분 나쁘지 않게 묵직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토론회가 좀 더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도 널리 행해져서 국민의 의사를 현장에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어려운 세금, 고압적인 세무행정이 개선돼 국세청이 국민에게 다가가는 기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납세자 연맹정책팀 인턴 김설주 >
 댓글[1] |
| midsummer [2009-08-05 14: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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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는 생소한 지출세....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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