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하루가 시작되었다.
여느 집과 다름없이 항상 소란스럽고 바쁜 아침이거늘,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딸아이가 수험생이라는 것 정도.
수험생 시기는 생애를 통틀어 가장 예민한 시기다.
감정기복의 변화가 매우 심하고 짜증의 강도가 극에 달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 딸도 예외는 아니었다.
24시간 공부만 해도 모자랄 시간.
거실에 나와서 티브이를 보며 깔깔 웃고 있어도 혹여 마음 상할까 한마디도 안 했지만,
밥숟가락만 안 떠먹여줬을 뿐 해달라는 거 다 해줬지만,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딸아이의 기분을 맞추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별거 아닌 일에도 서로 성질부터 내고
그러다가 목소리 높아지고, 그러다 싸우게 되고,
결국 조금만 참고 양보해줄걸 하며 후회하곤 한다.
그 때나 지금이나, 생각해보면
딸아이가 수험생이라는 신분으로 보낸 그 1년은
딸아이 뿐 아니라 가족 모두를 수험생으로 만든 것 같았다.
많이 지치고 가족 전체에게 꽤나 큰 부담인 시간이었지만,
힘든 시기를 함께 이해하고 다독이며 노력했기 때문일까.
딸아이는 어느새 대학교 2학년이 됐다.
얼마 전 딸아이와 함께 연극을 관람했다. 잊혀져가던 힘든 시절의 기억이 문득 떠올랐고,
마침 친구가 연극 티켓을 내게 건넨 것.
유명한 연극배우인 박정자가 나오는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라는 연극이었다.
주변에서 우스갯소리로 이 연극은 꼭 딸과 보러 가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야 딸이 철이 든다고.
그래서 오랜만에 딸아이와 데이트도 할 겸 연극을 보러 간 것이다.
하지만 연극내용이 딸아이에 비해 너무 앞서 간 것일까. ㅎㅎ
다른 모녀들은 훌쩍이는데 내 딸아이는 그저 연기하는 배우가 재미있는 듯 멀뚱멀뚱 잘만 감상하더라.
그걸 보면서 느꼈다. 우리 딸! 아직도 철들려면 멀었구나..!!!! 하하하
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아마 나와 딸은 항상 소소한 일로 다툴 것이지만.
그래도 엄마와 딸. 딸과 엄마라는 관계는 아마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끈끈하고 단단한 사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시집갈 때 울 엄마 생각하면서 눈시울 붉혔던 것처럼
내 딸아이도 시집갈 때쯤, 조금은 모자란 엄마였지만, 조금은 무뚝뚝한 엄마였지만
그래도 항상 어느 순간에나 딸아이를 사랑하는 나를 기억하며 눈시울을 붉힐 것이라고 믿는다.
나 혼자 이렇게 감동에 젖어있건만!
딸아이는 공부할 생각은 하지도 않고 놀러만 다닌다!
에휴!!!! 오늘 저녁도 한바탕 모녀간의 전쟁으로 시끄러울 듯 하다.!
그래도 전국의 모든 엄마와 딸들! 파이팅~~~~~~~~~~~!!!!!!!!!!!!
 댓글[6] |
| kso4457 [2009-06-29 09:4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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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간에 정이 느껴져 좋아 보이네요. 아들만 둘인 저로서는 한없이 부럽기만 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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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o2269 [2009-06-03 09: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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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멀었지~ 결혼해서 애 낳고 키워 봐야 알테니. 느긋하게 기다리삼~`~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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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dsummer [2009-06-25 14: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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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 생각이 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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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onjj1210 [2009-06-09 11: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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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4년만 있으면 저도 큰애가 고3이 되는데 걱정이네여~~~,지금도 두 딸들하고 전쟁을 하고 있는데...하지만 딸들이기에 엄마를 더 생각해주고 챙겨줄땐 고맙고 이쁘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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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lee [2009-06-10 14: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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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둘을 키우는 부모로서, 많이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인생선배님으로부터 배울 팁도 되는 것 같고...한편으로는 커가는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두려움도 좀 들고요...아무튼 사람냄새 나는 글이네요...따님과 함께 늘 행복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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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krwl8058 [2009-08-26 16:2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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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이 되기전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엄마의 사랑이♡.. 시집갈때가 되니... 느껴지더라구욤... 엄마의 품이 그리워요ㅜ.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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